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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仁)과 의(義)가 요구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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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仁)과 의(義)가 요구되는 사회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9.06.0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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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전국매일신문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정치의 품격은 정치인이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거의 늘 그래왔지만 특히 요즘에 정치인의 막말은 입으로 옮기기조차 어렵다. 상대편에 대한 증오와 혐오는 넘쳐나고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말을 칼 삼아 휘두르다보니 여야 간 대화와 소통은 실종됐고 협치는 언감생심이다. 장기 휴업 중인 국회는 언제 문을 다시 열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정치인들은 당장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 판세의 우위를 선점하려는 궁리만 한다는 의심이 든다.

그러니 총선 이후를 내다보는 식견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미래 비전이나 정치적 상상력은 눈곱만큼도 없는 이들에게 정치를 맡겨도 될지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정치권이 앞장서 해야만 한다. 맹자는 해야 하는 것에 앞서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맹자> ‘진심 상’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와 같을 뿐이다(無爲其所不爲 無欲其所不欲 如此而已矣·무위기소불위 무욕기소불욕 여차이이의).”이처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미리 정하는 것은 의롭지 않은 일을 배제하는 것이다. 즉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올바른 뜻을 정하는 것이 먼저다. 만약 애초에 방향이 잘못돼 있거나 훼손돼 있다면 어떤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일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또한 일의 과정에서도 수단과 절차를 바르게 지켜야 한다.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이뤘든지 그 과정에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성공과 명예를 추구하면서 정작 그 방법이 의롭지 않다면 얻지 않음만 못하다.그 다음 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욕심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맹자는 수양의 첫걸음을 욕심을 줄이는 데 뒀다. 사람으로서 욕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욕심을 절제하지 못해 탐욕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오늘날 정치권과 사회의 지도층들이 가슴속 깊숙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맹자는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욕심을 줄인다면 설사 선한 본성을 보존하지 못한 것이 있더라도 적을 것이고, 욕심이 많다면 선한 본성을 보존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적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맹자는 또한 “사람으로서 하지 않는 바가 있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있다(人有不爲也 而後可以有爲·인유불위야 이후가이유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뜻의 말이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덧붙인 것이 다르다. 단지 하지 않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생각과 일을 배제함으로써 해야 할 일의 올바른 목적을 설정하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올바른 수단을 사용하고 절차를 지킴으로써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그렇다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진심 하’에 실려 있는 글이다.“사람은 모두 차마 참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점차 넓혀나가 차마 할 수 있는 일에까지 이르게 한다면 그것이 곧 인(仁)이다.

사람들에게는 하지 않는 일이 있다. 그 마음을 밀고나가 하는 일에까지 이르면 그것이 곧 의(義)다.”여기서 참지 못하는 마음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측은히 여겨 본능적으로 구하는 마음이다. 사람의 선한 본성 중에 가장 근본이 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이 마음은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칭찬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를 불쌍히 여기는 순수한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점차 넓혀나가서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던 행동까지 사랑의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인(仁)이다. 또 사람들이 의롭지 않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하지 않는 일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거나, 큰 이익이 있거나, 명예나 지위를 구할 수 있는 일에서는 설사 좀 의롭지 않더라도 눈을 감게 된다. 이런 일까지 넓혀나가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의(義)다. 바로 이런 마음이 맹자가 말했던 ‘해야 할 일(有爲)’과 ‘하지 말아야 할 일(不爲)’이다.흔히 일을 시작하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그 일이 중요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크고 큰 보상이 따른다면 더욱 그렇다. 일을 이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따져 일하기보다는 일의 결과에만 치중하기가 쉽다. 심할 경우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고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요즘 혼란스러운 사회 세태를 보면 맹자가 주창한 인(仁)과 의(義)를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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