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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항룡유회(亢龍有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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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항룡유회(亢龍有悔)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19.11.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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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주역’에 ‘항룡유회 영불가구야’(亢龍有悔 盈不可久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이 불운하다는 것은 가득 찬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자는 이 구절을 황제의 자리에 비유해 해석했다. 황제나 임금 같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 다스릴 백성이 없으며, 신하와 참모가 많아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부터 이미 자신의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친 해석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를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입해 보면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집권 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비단 문재인 대통령만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더욱이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정치학자들은 임기 초기 높은 지지율을 보인 대통령 지지율이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지는 것을 ‘필연적 법칙’이라고까지 말한다. 수천 년 전 ‘주역’의 해석이나 현대 정치학자들의 분석이 똑같다.
 
집권 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비단 문재인 대통령만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더욱이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정치학자들은 임기 초기 높은 지지율을 보인 대통령 지지율이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지는 것을 ‘필연적 법칙’이라고까지 말한다. 수천 년 전 ‘주역’의 해석이나 현대 정치학자들의 분석이 똑같다.
 
순풍에 돛단배처럼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된다. 강한 에너지의 정점은 소멸이 아니던가. 모든 일이란 극에 달하면 반대로 변한다. 순경의 때를 맞으면 거안사위(居安思危)해야 한다. 안전할 때에도 위험을 생각하며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첫 번째 가르침이다. 사람은 너무 높은 지위에 오르면 대개 어려울 때의 자기 초심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높은 지위에 오르면 교만해지고 남을 무시하기 쉽다. 주변의 올바른 충고나 충직한 부하의 보필을 받기 보다, 간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은 “덕미이위존자 무화자 선의(德微而位尊者 無禍者 鮮矣)”라고 했다. ‘덕이 미약한 사람이 존귀한 자리를 맡게 되면, 허물을 가지지 않는 자가 드물다’는 뜻이다. 우리는 현재의 대통령에게서 그 전형을 경험하고 있다.
 
물속의 물고기도 물이 있어야 헤엄을 칠 수 있고, 나는 새도 바람이 있어야 날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국민의 지지와 운(運), 그리고 때(時)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사람은 정점에 올랐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다. 겸손하게 자기를 낮출 수 있어야 성공의 자리를 영예롭게 지킬 수 있다. 산은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내려올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곤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섭리를 몸으로 깨친다. 산이 높으면 골짝도 깊다. 흥망성쇠를 순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치받으면 동티나는 법이다. 권력의 부침도 흔히 등산에 빗댄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험난하다.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수록 성취감은 배가한다. 하지만 환희와 희열의 시간은 짧다. 정상에 선 이후부터는 하산이다.

웬만큼 산을 안다는 이들은 한결같이 하산길 안전을 강조한다. 내려가는 길에 방심하면 오를 때보다 몇 배 더 위험한 난관에 맞닥뜨린다는 경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 때인 2004년 5월 연세대 특강에서 ‘최고 권력’의 속성을 산행에 빗댔다. 그는 “등산은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더라. 잘 하산하려면 정상의 경치에 미련을 갖지 않아야 한다. 정상의 경치는 좋기도 하지만 골치 아픈 것도 많다”고 했다.

주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간 자가 교만을 경계하지 않으면 실패해서 후회한다는 비유다. 승천하려는 잠룡(潛龍)이 현룡(現龍), 비룡(飛龍)을 거쳐 최고봉에 이른 단계가 항룡이다. 공자는 “항(亢)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며, 존재하는 것만 알고 멸망하는 것을 모르며, 얻는 것만 알고 잃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위가 높아져도 늘 몸을 낮추고 삼가라는 얘기다.

9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절반이다. 집권 3년 차에는 그동안 국정운영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역대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숱한 정치 고비를 맞았다. 권력형 비리, 대형사고 등 적지 않은 레임덕 증후를 자초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경계해야 할 허물은 오만과 독선이다. ‘등산은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 권력의 변곡점에서 그 의미를 더하는 경구다.

중국의 현대 철학자 런지위(任繼愈)는 ‘중국철학사’에서 ‘역경(易經)’을 인용해 “사물은 변화 발전해야 미래가 있어 길(吉)하고, 정체되거나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어 흉(凶)하다”라고 설명했다.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정체된 상황보다, 위태하지만 변화하는 것이 길(吉)한 것으로 본 것이다. 최근의 반(反) 대통령 국민 시위는, 잘못된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대한 변화를 열망하는 에너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미래에 더욱 밝은 빛을 비출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은 문제의 원인이 된 사실에 대해서 팩트를 체크하고, 진실의 잣대를 대어보고,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냉정하고 세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수 백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항의를 하기까지, 적지 않은 인내와 망설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희생을 아끼지 않고 참여한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다만 대의정치가 헌법정신인 만큼 국민들이 직접 의사를 표현하는 대중 민주주의적인 가두시위는 좌우를 막론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항룡유회(亢龍有悔)! 오만과 독선으로 뭉쳐진 용이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은 결코 길한 일이 아니다. 내려올 때 경착륙을 면하려면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국민이 모두 불행해진다.
 
주역(周易) 건괘(乾卦)는 용(龍)의 변화를 이용해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잠룡(潛龍)은 물속에 잠겨서 힘을 기르고 있는 용을 이야기하고, 현룡(見龍)은 세상으로 나와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용이다. 비룡(飛龍)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하늘 높이 날아가는 용이고, 마지막 항룡(亢龍)은 끝까지 올라간 용으로 하늘에 오른 용을 이야기 한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지향점이요 목표지만 끝까지 다 올라간 용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다만 내려오는 일 뿐이다. 그래서 용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높이 올라간 용이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한다)라는 고사에 얽힌 이야기다. 흔히 우리는 대권주자를 잠룡이라 얘기하고 대권을 움켜진 자를 항룡이라 칭한다. 불행히도 전직 대통령들은 내려오는 길에 다 눈물을 흘렸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랬고, YS를 비롯해 문민정부 이후 탄생했던 대통령들도 눈물을 흘러야만 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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