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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민수(君舟民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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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민수(君舟民水)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6.12.2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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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 내·외적으로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고 희망찬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희망찬 새해는 현재로선 글쎄요? 이다. 

심각한 경기 침체속에 최순실 게이트, 남북문제, 사드설치 등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대통령과 정치권을 비롯한 소위 이 나라의 지도층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고, 존경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보니 지도자들이 뭐라 한들 국민들이 믿겠는가. 

암흑 같은 밤이 지나면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는 말을 믿고 싶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새해가 밝아 와도 답답한 캄캄한 밤일 수밖에 없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이맘때 발표한 혼용무도(昏庸無道)’란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군주를 뜻하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가리키는 ‘혼용’과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법과 도의가 무너져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를 합쳐 만든 말이라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해 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에 이른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 말처럼 박근혜 정부 4년을 잘 압축하고 있는 말은 없을 듯 하다. 

취임 직후부터 국정원 댓글사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으로 국정이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 불통 및 독선의 리더십에 따른 당정 갈등과 여야 대립으로 국력을 한곳으로 모으는데 실패했다. 

또 대통령이 전쟁 운운할 정도로 남북관계 역시 최악으로 치달았고 검찰을 앞세운 70년대식 반민주적 발상으로 사회 각 부문의 과거회귀 현상도 뚜렷했다.       

집권당은 지난 4.13총선에서 야권이 분열했는데도 과반은커녕 원내 2당으로 전락한 결과는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지,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큰지를 반사적으로 보여줬지만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듯과는 달리 거꾸로 갔다. 협치와 소통, 존중과 상생을 바라는 민심을 외면한 채 합리적 비판과 지적마저 ‘근거없는 비난’ 또는 ‘무책임한 폭로’로 몰고 가면서 사회에 갈등만 고조 시켰다.


역사교과서 파동,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 배치, 우병우 거취 등 주요 이슈마다 일방통행식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의 ‘혼용’과 비선정치 세력들의 오만과 뻔뻔함이 낡고 부패한, 불공정하고 불의한 국가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모은 것은 엄청난 역설이다.


재단 설립을 빙자해 대기업의 돈을 뜯어내는 것은 국가를 위한 선의의 거래이고, 대학 입학·학사관리의 변칙운용은 빽있는 부모의 권리이며, 국가인사권 사적 개입은 키친캐비닛의 역할이라는 그들의 무지함이 없었더라면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15여년 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국제통화기금(IMF) 캉드쉬 총재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가혹한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내밀며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고 했다. 당장은 불안하고 고통스럽지만 개혁이 성공하면 축복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얘기였다. 

지금 이 말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어리석은 지도자로 비롯된 구질서의 혼란과 불안이 새질서의 축복과 희망으로 가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는 바람에서다. 

광장의 열기와 흥분을 기억하되 이젠 모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재건할지 차분히 생각하며 새해를 준비할 때이다. 2%대 저성장, 기록적 청년실업, 1300조원대 가계부채 등 나라 안팎의 외교안보 환경이나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고 우울하지만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는 국내외 시선은 나쁘지 않다.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위기 때마다 발휘해온 국민들 저력도 있어 탄핵사태를 새 출발과 개혁의 계기로 삼으면 국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월가를 비롯한 해외투자자들은 재정건전성 등 한국의 거시경제 틀이 좋은 만큼 정경유착 근절 등 공공부문과 정치권, 재계의 거버넌스를 뜯어고치고 법치주의 강화 등의 시스템 개선을 서두르면 유망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비폭력 촛불시위로 확인한 국민주권의 자신감과 연대의식으로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무기력증 우울증을 이겨내고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의 중장기적 미래 전략을 짜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제를 이끌 정치 리더십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이 이르면 2월 초, 늦어도 3월 초엔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내 경선과 대선 등 대체적 정치일정은 윤곽을 잡아가고 있지만 차기 리더의 행방은 여야 모두 안갯속이다. 

대선의 초침은 쉴새없이 달려가지만 새누리당 분당과 보수세력 균열,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모색,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은 반기문의 선택, 이재명 현상 등 판을 뒤흔들 변수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 판도를 예상하기 쉽지않다. 

현재 정부든 기업이든 모두 눈치만 보며 복지부동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갑질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금 여기서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관료사회를 바로세우고 난국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한다.


2016년 사자성어는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의‘군주민수(君舟民水)'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 물의 힘으로 배가 뜨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대통령과 정치권이 마음속 깊이 새겨야 국민들의 마음속에 희망찬 새해는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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