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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6.12.28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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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면 변함없이 듣게 되는 표현은 역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다양한 사건과 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이다.

 

그 어느 해가 다사다난하지 않았겠는가. 그야말로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웠던 해로 꼽히고 있다.

 

국내 유일의 조선·해운업종의 유례없는 위기와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 부정청탁 금품 수수 금지법인 일명 ‘김영란법’의 후폭풍, 역대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가습기 살균제 파문 등 위기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던 2016년의 경제는 근대 최악의 혼란기를 맞았다.

 

여기에다 저출산·고령화의 증가 추세 속에 가계부채는 2016년 기준 1300조에 육박하고, 저성장까지 겹쳐 우리나라 경제는 앞으로도 넘어야할 악재가 쌓이고 있다.

 

이밖에 지난 한 해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사건사고도 어느 때보다 많았던 해다.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알파고에 1대 4로 패한 사건은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사건이다.

 

또,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위기감 속에 단행된 개성공단 폐쇄와 고도 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드배치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갈등과 대치,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7~8월의 폭염, 리히터 5.0 규모의 울산 지진 발생 이후 5.8 규모의 경주 지진에 이은 여진의 연속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중국인에 의한 제주도 성당 60대 여성 살인사건과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에서의 30대 남성에 의한 20대 여성 살해사건 등 ‘묻지마 살인사건’과 서울 오패산 터널에서의 총기난사로 인한 경찰 사망사건 등도 우리 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그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비선실세’라는 내용과 함께 우리 국민 앞에 최초로 등장한 최순실의 존재가 국정농단·의료농단을 불러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현실화 되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공포를 떠나 그 동안 억눌렀던 분노를 터트렸다. 성난 민심은 대통령을 탄핵케 했다.

 

2016년 12월9일 오후 3시30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박근혜 대통령 탄액 소추안이 국회에서 표결에 붙여지고, 앞도적인 표 차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순간이다.

 

대통령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중심에 섰던 많은 위정자(爲政者)들의 일그러진 양심(良心)을 지켜본 민심은 또 한번 화(火) 나게 했다.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진 거대한 ‘촛불민심’은 사상 최대의 자발적 시민 참여로 이뤄져 일반적인 ‘군중심리’와는 차이를 보였다. 군중심리는 군중 속에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관계는 소멸되고, 사람들이 쉽게 동질화 되는 사회심리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행동하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상태로, 때론 집단난동과 폭동, 파괴를 일이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탄핵촛불 집회는 우려했던 충동적, 폭력적, 비이성적이라는 군중심리의 특징은 볼 수 없었던 평화적인 촛불행사로 진행됐다.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매체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집중 조명했다.

 

최순실을 비롯한 그들 일가의 탐욕이 불러온 국정농단의 과정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정치권마저 분열과 갈등이 빚어지고, 새해를 맞아 안정을 소망하는 국가안보와 경제, 사회 등 모든 국정분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촛불민심의 분노는 아직도 사그라질 줄 모른다. 그 동안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던 국정농단의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질 때마다 백성들의 성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선택한 ‘2016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출전은 ‘순자(苟子)-왕제(王制)’ 편으로, 원문은 ‘군자주야(君舟民水) 서인자수야(庶人者水也), 수칙재주(水則載舟) 수칙복주(水則覆舟)’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황제는 배와 같아서, 항상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또, ‘군주민수’와 경합을 벌인 성어로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을 꼽았다. 이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2016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성어다.

 

노자(老子) 19장에 ‘절성기지(絶聖棄智)’라는 말이 나온다. ‘성(聖)을 끊고 지(智)를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백배가 되고, 인(仁)을 끊고 의(義)를 버리게 되면 백성이 효도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돌아오게 되며, 교(巧)를 끊고 이(利)를 버리면 도적이 없어진다’는 내용이다.

 

장자(莊子) 거협편(篇)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저 성(聖)이니 지(智)니 하는 것은 천하의 날카로운 무기다. 그러므로 성을 끊고 지를 버리면 큰 도적이 이에 그치고, 옥을 버리고 구슬을 깨 버리면 도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모두 사욕(私慾)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한 해를 지켜본 국민들은 ‘탐욕(貪慾)은 멸국망신(滅國亡身)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배들 뒤집을 수 있는 위대한 힘을 보여줬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는 사욕을 버리고, 서로 협력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 새로운 희망(希望)의 한 해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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