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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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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12.29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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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없는 참된 말인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고들 하는 말들이 실감나는 요즈음 어느덧 원숭이띠인 2016년 천간(天干)이 ‘병(丙)’이고, 지지(地支)가 ‘신(申)’인 해로서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세 번째 해인 병신년(丙申年) 남은 달력 한 장이 12월이다.앞으로 다가오는 2017년은 천간(天干)이 ‘임(壬)’이고, 지지(地支)가 ‘유(酉)’인 해로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네 번째 붉은 닭띠의 해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오고 있다.

 

12월은 회한이 많은 달이다. 1년을 뿌듯하게 살아 온 사람도 마지막 달력 앞에 서면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시간과의 이별이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새삼스럽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 사람들은 새 달력 앞에서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다졌었다. 그러나 삶은 힘들었고 추스릴 사이도 없이 아쉬움과 허탈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1년 중 달력을 가장 많이 보는 달이 12월이라고 했다. 그것은 이런저런 약속이 많아서 이기도 하고 또는 가는 날이 아쉬워 들여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 달력을 대하는 느낌도 다른 달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12월의 달력은 그저 날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난 흔적들이 대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새 차가운 바람이 소매 깃을 스친다. 그러고 보니 숨가쁘게 달려온 한해도 어느덧 끝자락에 와있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12월 달력이 왠지 외롭게만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삶의 여정마다 참으로 숱한 애환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때로는 기뻐서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 어쩔 줄 몰랐던 일, 그런가하면 뜻하지 않는 일로 눈가에 이슬을 닦으며 가슴 아파했던 일, 정말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도 뒤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아름다운 여백의 미도 잊어버린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순간순간들, 이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곤 한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움으로 가슴을 시리게 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얻는 수확은 큰 차이가 난다. 노력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흘린 만큼 보람을 느끼게 한다. 진정한 승리는 꾸준히 노력하는 자의 것이며 인생의 알찬결실을 위해서는 하는 일을 끈기 있게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어쩌면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끝마무리일지도 모른다. 하루나 한달이 끝나는 시간이나 한해가 지나가는 어떤 의미있는 시점에서 또는 어떤 일의 마무리가 되는 자리에서 하나의 매듭을 짓고 자신을 돌아보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옛날 짚신장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는데 기술이 훌륭한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잘 팔리고 그 기술을 전수받은 아들의 짚신은 잘 안 팔렸다. 그냥 보기에는 전혀 차이가 안날 정도로 잘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평소에 그 이유를 아버지께 여쭈워보면 '네 스스로 깨달아 보라'고 하셨다.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려고 할 때 아들이 아버지께 그 이유를 다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른 설명 없이 '털 털' 이라는 말만 하시고는 세상을 뜨셨다.

 

그후 아들은 아버지의 짚신과 자기의 짚신을 비교하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신 '털털'을 생각하면서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해 본 결과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만드신 짚신은 잔털까지 곱게 마무리되어 완벽할 정도의 짚신이었고 자기의 것은 마지막 손질이 깔끔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아들은 아버지처럼 끝마무리를 잘한 짚신을 만들어 훗날에 그 장터에서 제일가는 짚신장수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재료와 기술을 가지고 만든 물건이라도 마무리의 정도에 따라 상품의 가치와 값의 차이가 나듯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는 하나하나 꼼꼼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 과정을 마무리할 때에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간의 과정을 다시 되짚어 보고 끝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다시 생각해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의 성패는 결말에 달려있고 바둑의 성패는 끝내기에 달려있으며 사람의 평가는 임종을 보아야 알 수 있다고 말이다. 모두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끝맺음이 없는 새로운 시작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시작이 아무리 좋아도 끝마무리 매듭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면 곧 다시 풀어지고 마는 법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는 한해의 석양의 뒤안길에 와있지만 우리에게는 할일은 너무나 많다. 우리가 머물던 이 자리가 우리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리로 자리 메김을 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매사의 끝맺음을 아름답게 갈무리 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삶은 향기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중국 역법을 수입해 달력을 만들었다. 세종 때 중국역법의 약점을 보완한 칠정산법을 따로 만들기도 했지만 조선 후기 청나라 시헌력법을 들여왔고, 고종 때인 1896년 서양의 그레고리 역법으로 바꿨다.왕은 매년 새 달력을 신하들에게 나눠줬다. 양반 가문 외에는 달력을 받기 어려워서 서민들은 이를 필사해 썼다.

 

달력이 가장 필요한 농민에게 달력은 보물과도 같았다. 요즘은 국가관청인 한국천문연구원이 천문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담은‘역서’를 매년 11월 중순에 발행하면 달력 만드는 사람들이 이를바탕으로 인쇄한다. 한 달 단위로 달의 이름 아래 요일별 날짜를 배열한 것이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름도 달력이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 달력을 거는 순간의 잔잔한 떨림은 특별하다. 새해 아침에 새 꿈을 다짐하는 것은 옛 시간을 비우고 새 시간을 채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살이 중에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교양 있는 사람은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다산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정농단, 비리, 권력남용 등으로 인한 사건으로 전국이 흔들리고 있다. 전 국민이 충격에 빠져 주말마다 촛불시위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집착과 탐욕에 기인한 것이다. 법구경에서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삶의 무상한 본질을 깨닫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임으로써 집착을 줄이고 두려움과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집착하거나 바라지 않고 자연적인 마음으로 물욕, 명예욕, 이기심 등 인위적인 마음가짐을 갖지 않는 인생무상으로 삶의 과정에서 마음의 평화와 자연적인 것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보통의 우리들도 새해 달력을 걸면서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부디 좋은 일이 많았으면 하고 잠깐이나마 마음을 가다듬어 보자. 전국매일 독자 여러분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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