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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AI, 대책도 반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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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AI, 대책도 반복뿐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01.0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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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희망찬 붉은 닭의 새해가 시작됐지만 주인공인 닭들에겐 지옥의 시간이다.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빚어지면서 닭들에겐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기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AI피해로 양계농가들은 시름이 깊고 관련 사업자들은 제때 공급을 못 받아 피해가 심각하다. 

오죽하면 정부는 계란까지 비행기로 수입해 오겠다며 현실성 없는 대책을 내놓았겠는가. 

툭하면 터지는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은 축산농가를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고 국민들의 먹거리는 위협받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백신하나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AI가 발생하자 정부는 방역에 의존하다 실패하면 살 처분해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상을 해 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 방역당국을 비롯한 지자체·농가 모두의 책임이다. 우선 정부는 초동대처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28일에 AI가 처음 검출됐지만 방역당국은 11월11일에서야 첫 조치를 취했다.


그마저도 철새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예찰지역을 지정하는 수준에 그쳤다.또한 방역당국은 AI의 주 감염원인 철새가 어떻게 농가의 가금류를 감염시켰는지, 이같은 감염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후 대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살처분이 늦어진 것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살처분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24시간 내에 이뤄져야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현행 살처분은 평균 2.3일이 걸리고, 사육마릿수가 많으면 1주일도 걸린다고 한다. 한때 살처분 대기마릿수가 427만마리에 이르기도 했다.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살처분이 하루 늦어질 경우 바이러스 전파력은 2~3배 늘어난다. 산란계는 살처분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감안해 미리 인력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가 및 축산 종사자들의 방역의식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번에 AI가 발생한 농가의 상당 수가 예전에 AI가 발생했던 농가다. 그런데도 방역과 관련된 시설과 의식 등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산란계 농장은 달걀 운반차량이 농장 안으로 직접 진입해 달걀을 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달걀 운반차량 기사는 달걀 상차 과정에서 방역복을 거의 입지 않았다. 농장 내에 계분장이 있는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육용오리 농장은 대부분 비닐하우스 형태였으며, 농장의 경계(울타리)가 불분명하고, 출입 차단표시조차 없는 농가도 있었다.


이처럼 열악한 시설은 AI의 반복적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에 AI 양성으로 확인된 농가의 44%가량이 2회 이상 발생한 농가로 밝혀졌다.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AI 확진 판정을 받은 세종시 한 산란계 농장은 신고 전날 경기 파주와 전남 여수로 닭 10만여마리를 출하하고, 달걀 200만여개를 전국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농장이 출하한 닭은 산란율이 높은 57주령이었다. 산란율이 낮은 95주령의 노계보다 먼저 출하했다는 것은 AI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닭을 출하했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또한 1·2차 이동중지명령 기간 동안 총 15건의 방역조치 위반사례도 적발됐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AI지만 정부의 대책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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