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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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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1.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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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2016년(丙申年)은 어둠을 만든 농단의 인간들 때문에 말 그대로 '병신년'이었다. 모두들 절망에 빠진 새벽을 살았다. 이제 붉은 닭의 해가 왔다. 닭울음소리(계명·鷄鳴)는 개벽으로 환치된다. 계륵(鷄肋) 타령은 필요 없다. 우리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철저하게 가려내야한다. 닭의 모가지를 비트는 한이 있어도, 나라를 농락한 자들을 버려야한다. 찬란한 아침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다. 십간(十干)의 정(丁)은 불의 기운을 상징한다. 닭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10번째 동물이다. 정유년은 닭 중에서도 ‘붉은 닭’의 해다. 붉은 닭은 행운을 부른다. ‘붉다’는 것은 ‘밝다’ ‘총명하다’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따라서 정유년은 ‘총명한 닭’의 해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서 닭은 음기와 액운을 쫓아낸다. 그 대신 양기를 집에 머물게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3000만 마리가 생매장됐다.계란대란 때문에 달걀 없는 해장국을 팔아야 할 형편이고, 치킨집과 치맥집이 속속 문을 닫는다. 국가 기능을 마비시킨 최순실 게이트가 양계장, 식당, 치킨 체인점, 서민 밥상에도 한파를 몰고 왔다. 시베리아와 아무르강 타이가숲에서 이륙한 철새 떼는 겨울 내내 한반도 전역에 무작정 착륙할 예정이다.


이번 겨울은 통치권이 소멸된 공간에 날아드는 AI와 싸워야 할 모양이다. 지난해 AI가 최초 보고된 전남 해남에 촘촘한 방역망을 둘러치고 생매장이라는 강수를 썼더라면 어지간히 방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신바람 난 철새들은 바이러스를 빠르게 살포했고 애꿎은 닭만 죽어 나갔다.텅 빈 논밭에 내려앉은 철새를 낚아채 주리를 튼다 해도 꽥꽥 소리만 지를 뿐 AI 주범임을 부인할 거다. 그 수많은 무리 중 누가 주범이고 누가 공범일까. 닭과 오리가 수천만 마리 더 매장되고, 계란이 씨가 말라도 AI를 살포한 개체를 찾기는 틀렸다. 방역망을 한없이 넓힐 뿐이다. 이게 꼭 청문회를 닮았다.


한국 정부는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가 처음 열린 게 지난해 12일이다. AI 확진 판정이 난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위기경보는 지난 16일에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이미 AI는 전국으로 확산된 뒤다. 황교안 총리는 AI 발생 열흘 뒤에야 방역 대책 상황실을 찾았다. 정부의 우왕좌왕에 일부 지자체도 뒤질세라 헛발질을 했다.


달걀은 갖가지 영양분을 두루 갖춘 완벽한 식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형 양계장과 같은 시설이 없어 값싸게 구해 실컷 먹기는 쉽지 않았다. 봄 소풍이나 가을운동회처럼 특별한 날만 먹는 특식 중 하나가 바로 달걀이었다.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달걀의 인기는 1913년 러시아 생물학자 니콜라이 아니츠코프가 '콜레스테로이 토끼의 혈관을 막는다'는 주장을 하면서부터 건강의 적이라는 누명을 쓰며 기피 식품으로 전락했다.
각종 성인병 주범인 콜레스테롤의 덩어리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좀처럼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이런 철칙은 지난해 미국정부가 "건강한 성인에게 콜레스테롤이 든 음식이 해롭지 않다"고 발표하면서 다시금 서민들의 먹거리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대형마트에서는 1인 1판으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고, 일부 제과·제빵 업계는 카스텔라와 머핀, 롤 케이크 등 달걀이 많이 들어가는 19개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급기야 '십시일반' 격으로 대형 제빵업체 직원들이 각자 달걀을 사서 모으는 부끄러운 민낯까지 드러날 정도였다.


달걀 절벽이 현실화되자 정부가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AI청정국에서 신선란을 사오면 관세를 낮춰주고 운송비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최근 AI로 확진됐거나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최근까지 3000만 마리에 이른다. 최악으로 통했던 지난 2014년 195일동안 1400만마리가 살처분된 것을 생각하면 재앙에 가까운 수치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AI지만 정부의 대책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해 10월 28일 AI 첫 검출 이후 정부의 조치가 처음 나온 건 2주간의 시간이 지나버린 11월 11일이다. 그마저도 '철새 주의' 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예찰지역을 지정하는 데 그쳤다. 초기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이제 서민 식탁에서 수입산 달걀까지 먹게 생겼다. 그것도 닭의 해 새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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