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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속에 숨은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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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속에 숨은 위선
  • 최승필 지방부 부국장
  • 승인 2017.01.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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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면(假面)을 쓰고 노래 실력을 겨루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노래 실력이 뛰어난 출연자들이 각자 선택한 독특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면 심시위원과 관객들이 가면을 쓴 인물의 노래를 듣고 실력을 가름한다.

 

특히, 흥미를 더하는 것은 가면 속의 인물이 누군지를 밝혀내기 위해 갖가지 추측을 동원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만 가면 속의 진짜 인물이 누군지를 쉽사리 가려내기 어렵다.

 

노래 경연이 끝난 뒤 순위가 결정돼 탈락 할 경우 가면을 벗고 진짜 주인공의 얼굴을 드러내면 심사위원과 관객들 모두가 하나같이 놀라움을 표한다. 자신들이 추측했던 인물이 아닌, 전혀 엉뚱한 인물이 가면 속에서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불렀던 무대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얼굴을 가린 가면의 위력(?) 때문에 실력을 더욱 마음껏 발휘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떨거나 위축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일 게다.

 

‘가면’은 얼굴을 가려 변장을 하거나 얼굴을 방호하기 위해 쓰는 조형물이다.

 

머리 전체를, 또는 온몸을 가리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히 면(面)이라고도 하고, 한국 속언으로는 ‘탈’이라고 한다.

 

세계 공통어로는 마스크(mask)란 말이 쓰이는 가면은 얼굴을 가려 변장이나 방호, 호신 등의 특정한 목적과 용도로 쓰이며, 동물, 초자연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가장성을 갖는다.

 

넓은 뜻으로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방독·방한용 마스크에서부터 야구·펜싱·검도 등의 방호용 면까지도 포함됐으나 대개의 경우는 변장·화신을 목적으로 하는 토속적·연극적 가면을 뜻하며, 상징과 표정 두 가지 요소로 환원되는 조형 예술품이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지구상의 각 지역에서는 수많은 가면이 만들어져 왔으며, 만듦새도 헝겊 조각으로 소박하게 만든 단순한 가면에서부터 눈·코·귀 등의 각 부분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복잡하고 정교한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또, 가면이 표현하는 내용도 신(神)·사자(死者)·요괴(妖怪) 등 초자연적인 존재의 가면에서부터 인간과 각종 동물 등의 가면이 있으며, 이것을 만드는 재료도 나무·금속·돌·종이·진흙, 동물의 가죽·뼈·모피, 섬유, 식물의 잎·줄기, 조류(鳥類)의 털, 조개·상아·산호 등 여러 가지가 사용된다.

 

가면의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처음에는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인이 수렵 대상인 동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변장용으로 사용했다.

 

후에는 살상한 동물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또는 그 주력(呪力)을 몸에 지니기 위한 주술적 목적에서 비롯, 점차 종교적 의식과 민속신앙의 의식용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이 같은 가면은 한자로는 면(面), 면구(面具), 가수(假首), 가두(假頭), 가면(假面), 대면(代面,大面)등으로 표기하며, 우리말로는 탈, 탈박, 탈바가지, 광대, 초라니라고 불러 왔다.

 

고구려의 무악면(舞樂面), 백제의 기악면(伎樂面), 신라의 월전(月顚)·속독(束毒)·산예면 등도 서역의 영향을 받은 가면이며, 중국의 방상시(方相氏)면과 서역계의 외래면도 함께 전해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탈을 주변에 가까이 두기를 꺼렸다고 한다. 장례식에서 쓴 방상시면은 물론, 한 마을의 지킴이로 모셨던 탈들도 마을에서 좀 떨어진 당집 안에 둘 뿐 절대로 방안에 걸어 놓는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또, 탈놀이가 끝나게 되면 어느 고장에서나 탈을 불에 태워 없앴다고 한다. 탈에는 갖가지 액살이 잘 붙는 것으로, 태워 버려야 한다는 것이 속신(俗信)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면을 쓰는 순간 이미 본래의 자기가 아니고, 신이나 악마 또는 사자 등 어떤 형태로든 초인적 존재가 되어 신들린 상태에 빠진다고 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즈(Octavio Paz)는 “인간은 생존하는 한 각자의 이름과 가면으로부터 숨어 지낼 수 없다. 이들은 우리의 형태로부터 떨어질 수 없고 가면은 곧 우리의 모습이다”라고 했다.

 

가면만을 평생 만들면서 살아온 어느 한 사람이 있었다. 새해 들어 이 사람은 가면을 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의 가면을 사서 쓰면 가면이 얼굴에 달라붙어 본 얼굴이 되어버린다는 소문이 돌자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가면을 내놓으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것은 자기의 얼굴을 아름답게 고쳤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이 같은 소문을 들은 임금이 가면 만드는 사람을 불러들여 신기한 가면 하나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가면 만드는 사람은 “이미 가면을 쓰고 계시면서 무얼 또 쓰시겠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임금님께서는 때때로 마음먹고 있는 것하고는 반대의 얼굴 표정을 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가면이 아니고 무엇입니까?”라고 하자 임금이 껄껄 웃으며 “네 말도 옳다. 그런데 너는 그럼 사기꾼이지 않느냐?”라고 대꾸했다.

 

이에 그는 “아닙니다. 저는 가면을 사고자 오는 사람들한테 아름다운 가면을 쓰려면 좋은 마음을 삼년 쓰고 난 후에 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얼굴이 그렇게 변하니까요. 후일 저는 가면을 씌우는 듯한 흉내를 낸 다음에 이런 부탁을 하곤 합니다. 이 아름다운 가면이 흉하게 변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바르게 쓰고 살라구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학(大學) 성의장(誠意章)에 “이른바 그 뜻을 정성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이다. 나쁜 냄새를 싫어하듯 하며 좋은 색을 좋아하듯 사는 것이 스스로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하라”는 말이 나온다.

 

마음속에 생하고 있는 것은 비록 숨기려 해도 겉으로 나타나는 법이라는 내용의 ‘성어중형어외(誠於中形於外)’라는 뜻이다.

 

반대로, 한가한 때면 남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갖은 악한 짓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는 ‘무소부지(無所不至)’라는 내용도 나온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사실상 7차례로 막을 내렸다.

 

최순실 등 주요 증인들이 국감에 불참했지만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예술인의 지원을 배재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는 답변을 어렵사리 받아냈으나 대부분의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위선(僞善)의 가면을 쓰고 있는 듯 했다.

 

가면 속에 숨은 그들의 ‘무소부지’의 행태를 빤히 지켜보고도 ‘진실(眞實)’은 결국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그야말로 ‘맹탕 청문회’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위선자들의 가면 속에 숨은 국정농단의 진실이 명명백백(明明白白) 밝혀지길 국민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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