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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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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1.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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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스웨덴은 대중교통 요금 등에서 현금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벨기에는 93%의 거래가 현금 없이 이뤄지는 등 해외 각국에서도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이미 시중에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결제가 확산하고 있는 데다 비트코인 등 다양한 디지털 통화도 등장하는 등 전자금융의 환경이 성숙하고 있어 '동전없는 사회'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3년 2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교회에 신용카드 기기가 설치됐다. 헌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계 첫 사례다. 이 교회 목사는 이렇게 배경을 설명했다. “신자 중 상당수가 현찰을 갖고 다니지 않고 신용카드를 쓰는 젊은이들이어서….” 이후 스웨덴에서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헌금을 카드로 결제하는 광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지금도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4대 은행 영업점에서 현금을 취급하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고 대중교통에서는 아예 현금을 못 쓸 정도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매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기도 했다. 다른 유럽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덴마크는 올해 말부터 크로네(덴마크 화폐)의 자국 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벨기에서는 각각 1,000유로·2,500유로·5,000유로가 넘는 물품 구입시 현금을 쓸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현금 사용을 줄이는 주된 이유는 비용 때문. 동전 등 현금은 발행·보관·운반·유통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탈세 등 세수 손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현금사용으로 인한 각종 범죄도 골칫거리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폐를 제외한 동전 발행·폐기에만 매년 500억~600억원이나 드는데도 신용카드 등 디지털 화폐에 밀려 사용은 급감하는 추세다.

인류는 오랜 기간 서로간의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했다.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화폐(돈)다. 한계효용 개념을 정립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멩거(Carl Menger)도 ‘화폐는 물물교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발명품’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시대에 따라 형태가 진화되고 있지만 돈은 인류 스스로 만들어 낸 가장 큰 선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현금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2008년에 등장한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대중화엔 실패했지만 현금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예시했다. 몇 년 전부터는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에 기반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했고, 내달 문을 열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자로 현금 대신 모바일 포인트 등을 지급한다. 이로 인해 신용카드 등 디지털화폐 사용이 현금 사용을 넘어섰다.

1원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까. 물가를 감안했을 때 1966년 발행 당시 지금의 32원 가치가 있었다. 심지어 1원짜리 동전 1개 만드는 데 254원이 들어간다는 추산도 있다.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동전 소재로 쓰이는 금속의 시세가 그 동전의 액면금액과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동전을 녹일 수 있는 시점이라는 뜻으로 '용융점(熔融點)'이라고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1원짜리와 5원짜리 동전은 이 시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다. 1원짜리 동전은 2004년 12월부터 기념품용 묶음으로 만들 뿐 더 이상 발행하지 않는다. 10원짜리 동전도 2003년 개당 9원에서 2004년 12월 12원 내외로 급상승하며 넘어섰다. 이는 10원짜리 동전의 재료가 되는 구리의 국제가격이 같은 기간에 4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10원짜리 동전은 1966년부터 제조되었는데, 초기에는 구리 88%, 아연 12%로 구성되었으나 1970년에 멜팅 포인트에 이르러 현재의 비율인 구리 65%와 아연 35%의 비율로 바꾼 바 있다.

이런 시대변화에 맞춰 한국은행이 올해 초부터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중간단계인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편의점 1~2곳을 선정해 거스름돈을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성과를 봐서 동전을 많이 쓰는 마트·약국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잔돈을 신용카드에 충전하거나 은행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안도 추진할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주머니나 지갑 속 동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처지인데 아예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하지만 현금을 대신해 전자거래가 활성화 되면 정보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비용 절감도 좋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있을까. 현금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나름의 편리함도 있는데 과연 동전없는 사회가 가능할까. 어쨌든 동전이 우리 생활에서 점점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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