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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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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 내 탓이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12.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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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送舊迎新)은 원래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비롯된 말이다. 관가에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쓰였던 송고영신은 이후 연말이 되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올해 국민들은 많은 일을 겪어야 했다.

올해도 이틀 남았다. 또 한 살이 더해진다. 이리도 빠를까 싶은데 세월은 쏜살이다. 2017년 이제 종착지다.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이다.너무나도 아팠던 2017년. 우리의 상식이 부족했고 국민들의 사람 보는 눈이 어두워서 일어난 일이었다.

허물을 자기에게서 구하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에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히려 허물과 과오를 나에게서 찾아 이를 시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뜻이다. 즉 자기반성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반구저기(反求諸己) 라고도 한다. 저(諸)는 제(諸)자(字)이지만 지+어(之+於)의 축약이므로 지(諸)로 발음 한다.

‘맹자(孟子)’의 이야기에 나오는 말로 약 3000년 전에 중국에는 하(夏)나라가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다. 당시의 임금은 치수(治水)에 공을 세워 제위를 물려받은 우(禹)임금이었다. 어느 날 배반했던 제후 유호씨有扈氏)가 군사를 이끌고 공격해 왔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伯啓)에게 유호씨의 공격을 방어하게 하였다. 그들은 한차례 싸움을 했지만 결과는 백계의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백계의 부하들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패전에 승복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싸워보자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백계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다시 싸울 필요는 없다. 내 근거지가 그에 비해 적지 않고 나의 군사 역시 약하지 않은데 도리어 우리가 졌으니 이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하면 나의 덕행(德行)이 유호씨(有扈氏)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 더욱 노력해서 먼저 자신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때부터 백계는 뜻을 세우고 분발해서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일했고 먹는 데도 맛있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며 의복도 검소하게 입는 등 수양에 힘썼다. 아울러 백성을 사랑하고 덕 있는 사람을 우대하며 재능 있는 사람을 널리 기용했다.

이렇게 1 년이 지나자 유호씨도 이를 알고 감히 침범하지 못하고 오히려 항복해서 귀순했다. 이 이야기는 의미심장한 교훈을 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해서 성공을 거두면 으레 자신의 몫과 합당한 예우를 요구하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때에는 남의 탓으로 돌리기 쉽다. 그러나 진정으로 일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교만한 태도를 버리고 오히려 허물과 과오를 나에게서 찾아 이를 시정함으로써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결점을 찾고 노력해서 고치는 사람을 일러 반구저기(反求諸己) 또는 반구지어기(反求之於己)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이 성어는 반궁자문(反躬自問) 또는 반궁자성(反躬自省)이라고도 한다.

고려 때 학자인 이제현(李齊賢)의 ‘익재진자찬(益齋眞自贊), 익재난고(益齋亂藁)’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혼자 스스로 공부해서 학문이 누추하니 도(道)를 들을 때도 늦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오거늘 어찌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가. 내가 백성들에게 무슨 덕행(德)을 했기에 네 번이나 나라의 재상(宰相)을 지냈는가.

다행히 나이 들어 벼슬에서 물러났으니 다만 뭇사람의 비방(誹謗)만 부르겠구나. 너희들 후손들에게 이르노니 한 번 보고 세 번 생각하라.(일관삼사: 一觀三思) 그리고 잘못이 있으면 그것으로 불행을 경계로 삼아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쉬지 말고 공부하라. 쉽게 찾은 행운을 좋게 여기지 말아야 비로소 자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겼다.

후회는 자의적이고 원망은 상대적이다. 후회의 밑바닥에는 타인에 대한 원망도 깔린다. 이해득실 정도가 그 감정의 깊이를 좌우한다. 남 탓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인간 성정이다. 우리 속담에도 ‘잘되면 제 탓, 안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이기적 가치관 확대로 자성(自省)은 언어의 유희 정도로 치부하는 세태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잘못은 남으로부터 비롯했다는 자기 합리화와 이중잣대를 보편화하는 경향이다.

현실을 도외시하는 정치지도자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행태와 언사(言辭)를 보고 들으면 반구지어기(反求之於己)는 고사하고 자기들의 실정이나 실책은 반성할 줄 모르고 군자(君子)의 도리는 멀리하고 소인배(小人輩)들처럼 야합하는 듯하다. 작은 일을 하고도 많은 것을 얻으려는 행유부득자(行有不得者) 무리로 소란을 떨면 불행은 항상 그들 몫으로 남는다.

세상사 온갖 부대낌 속에 또 한 해가 저문다. 얼마나 많은 원망과 남 탓으로 속을 끓였는지 돌아본다. 잘된 일은 남에게 공을 돌리고 잘못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게 정도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진대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옛 선비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되뇌던 화두가 있다. ‘상불원천 하불우인(上不怨天 下不尤人)’ 하늘을 원망 말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라. 다 내 탓이다.

깔깔하던 달력을 책상 앞에 펼친 게 엊그제인데 이제 그 달력에 메모만 가득하고 2일 칸만 남아있다. 내년은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의 해란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내년의 사자성어로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선정했단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자는 뜻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나서려는 분들은 한 번 더 자신을 살펴 달라. 눈 씻고 귀 씻어 내가 정치를 할 수 있을지 판단해 봐 달라. 유권자인 우리네도 눈 씻고 귀 씻어 옥석 가릴 준비를 해보자. 5개월이면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잘못 뽑아놓고 또 비난하고 촛불 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2018년은 상식이 통하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정유년도 이틀남았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몰입한 채 민생을 등지는 일은 없길 바란다. 그동안 있었던 묵은 것을 한번에 훌훌 털어버릴 순 없지만 새해에는 정치권이 나서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기원한다. 묵은해를 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정치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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