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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73] 일상이 기쁨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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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73] 일상이 기쁨이 되게 하소서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01.0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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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희망의 출발은 썩은 과일을 솎아내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썩은 과일이 섞인 과일상자는 거듭된 절망의 상자일뿐이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아침이 열렸다. 우리는 다시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이 매일 반복이고, 가난의 삶이 어제와 다를 바 없더라도 새해 아침의 기도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 설사 그 희망과 꿈이 우리를 기만하고, 응답 없는 기도일지라도 우리는 이 아침에 기도하고 노래해야 한다. 희망을 꿈꾸는 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숨 가쁘게 달려 온 지난 한 해였다. 촛불광장이 사악함을 불태웠던 한 해였다. 교수들은 2017년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파사의 핵심은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 한다’는 초유의 탄핵결정이었다. 사악함을 깨 부셔야 바름이 나온다는 것을, 희망은 꿈꾸고 노력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광장은 보여주었다.

대통령은 구속되고,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으로 새로운 권력을 세웠다. 새로 세운 권력은 낡은 권력이 남긴 적폐청산으로 화답하고 있다.

낡은 권력의 이면은 허접하고, 추악했다. 권력은 사욕충족의 도구에 불과했고, 강남 뒷골목의 ‘장삼이사’만도 못한 권력자들이었다.

광장이 세운 새 권력은 ‘이게 나라냐’는 질문에 ‘이게 나라다’라는 답변을 쓰느라 분주하다. 답은 적폐청산이다. 하지만 적폐의 대상은 ‘언제까지 적폐청산이냐’고 묻고 있다.
 
누구는 적폐청산이 갈등을 낳고, 경제를 망친다고 주장한다. 누구는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운다. 정상적인 나라를 위해 적폐를 모르는 채 눈감아 주라는 주장은 누가 누구를 위해 하는 소리인가.

화합을 위해, 경제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위해 과일상자속의 썩은 과일을 그대로 두고 가자는 이야기야 말로 얼마나 허망한 울림인가. 가당치 않은 허튼 소리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올해에도 우리는 녹녹치 않은 대내외적 도전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북핵과 북핵리스크가 가져올 파장은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 김정일은 여전히 핵무기를 앞세운 겁박을 일삼을 것이고 이에 따른 위기는 우리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킬 수도 있다.

사드보복에서 보았듯이 덩치 큰 어린애 같은 중국의 속 좁은 행위와 군사적 대응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미국의 행보는 감당키 어려운 난제다.

국내적으로도 소득에 따른 계층 간 차이와 갈등은 이미 임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청 자료는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불평등의 사회 속에 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30세 미만 소득 1분위 계층(하위 20%)의 월 소득이 78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에 90만8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경우 3년만에 10% 이상 추락한 수치다. 국민소득은 늘어났으나 하위 계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이는 부의 편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추세라면 ‘78만원세대’가 ‘66만원세대’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이러한 암담한 세태를 반영하듯 20~30대의 절반 가까이가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모의 경제력을 꼽는다고 한다. 노력한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은 이미 지나버렸다는 의미다. 부모의 신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신분사회나 다름없는 현실의 자괴감이다.

오죽했으면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말 어느 강연에서 “없는 집 학생.청년들이 열심히 한다고 신분 수직 상승을 할 수 있는 바탕과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는가에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어찌보면 좌절하는 젊은 층의 분노는 북핵리스크 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기성세대로써 참담함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새해 아침에 다시 희망을 노래하자는 것도 무색해진다. 적폐청산이 필요한 이유다.

대내외적 위기와 모순을 극복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썩은 과일을 드러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국민모두가 소소한 일상이 기쁨이라는 것을 날마다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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