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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젤 화법은 정치 불신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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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젤 화법은 정치 불신만 키운다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1.15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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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더불어민주당 추 대표는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당 신년인사회에서 개의 장점을 강조했다.추 대표는 “개는 의리가 있고 공감을 나눌 수 있으며 헌신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며 “그런 개의 심성을 우리도 수용해서 헌신하고, 낮추고,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고 약속했다.

또 “책임을 다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결기 어린 충정으로, 주권재민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도록 하자”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당 사무처 시무식에 참석해 “1980년대 초 중동건설 현장에서처럼, 저는 이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한복판에 보면 그랜드캐니언 같은 풀 한 포기 없는 그 계곡에서도 들개는 살아남았다”며 “이제 우리 자유한국당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새해 시작부터 여당과 야당은 서로 각 분야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정치가 올해는 신뢰를 주기를 바라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 덕담이라도 주고받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했지만 새해부터 정치권은 전의를 불 사르고 있다.

물론 정치인이나 장관 등의 말은 이처럼 현란하다. 정치인에게 말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정치인하면 흔히 말 잘하는 사람으로 아는 게 상식이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게 정치다. 그만큼 정치인이나 장관 등의 말은 영향력이 크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치솟거나 곤두박질치고 때로는 사회에 큰 혼란이 오기도 한다.

최근 법부부장관의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에서도 사회 각 분야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다. 국회의원은 특히 행정기관이나 유권자,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행정부와 접촉하고 또 민의를 수렴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문제의 하나는 정치인이나 장관들의 말의 애매 모호성이다.

그들은 말하고 싶지 않거나 또 곤란하면 말을 요리조리 돌려 아무 뜻도 없는 말을 한다. 언제든지 한 말에 대해 유권해석을 달리할 수 있게 하는 제주가 그들에겐 늘 존재 해 왔다. 무언가 여러 가지를 요란하게 말은 하는데 듣고 보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먹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은 지방분권을 놓고도 검.경의 수사권 문제를 놓고도 국정원 개혁을 놓고도 과거의 여당과 야당이 현재는 바뀌면서 과거의 주장이 수시로 바뀌는 등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야당은 적폐수사도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칠까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 보다는 아리송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당 역시 각종 정책을 펼치면서 소통부족이란 지적을 받고 있고 있으며 최근 불거진 가상화폐 등에 대해서는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화법을 ‘스탠젤 화법'이라고 한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 감독 케이시 스탠젤은 뉴욕 양키스 감독 등을 지내며 통산 월드시리즈 우승 7회를 일군 명장이다. 그는 해야 할 말은 명확히 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나 말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을 때는 아무 내용도 없는 말을 이리저리 돌려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가히 예술적 경지까지 이런 방식을 끌어올려 스탠젤 화법이라고 불렸다. 정치인 장관의 이런 화법은 국회에서 일상화 돼 있다. 곤란한 질문에 접했을 때 정치인이나 장관들은 교묘한 말재주로 빠져나가게 마련이다. 일본에서 인공지능이 국회에서 답변을 하는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는 보도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이 최근 5년간 국회 회의록을 기초 자료로 삼아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인공지능이 답변 초안을 만들게 하는 실험을 했다. 이를 공무원들이 분석한 결과 부정적 응답이 48%에 달했으며 종합 평가에서 ‘목표에 미달했다’는 결론이 났다.

이는 과거 장관들의 국회 답변이 애매해 인공지능이 혼란을 겪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이 정치인들의 언어를 다루는데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정치인이나 장관들의 고단수 말장난을 인공지능이 알아먹을 턱이 없다. 그만큼 정치인 화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고의 지능을 가졌다는 인공지능이 헷갈리는데 보통 국민들은 오죽 할 것인가. 당연히 국민들 사이에 정치 불신이 싹튼다.

정치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진정성과 명확성 그리고 감동을 담은 정치인의 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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