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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주목받는 미투운동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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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주목받는 미투운동 경계해야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3.0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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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2017년 10월5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 십년에 걸쳐 성추행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영화배우 애슐리 저드, 앤젤리나 졸리 등 여러 여성들이 하비 와인스타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잇따라 폭로했다.

이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라 한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투 캠페인에 참여해 피해를 고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2017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그들은 ‘공공연한 비밀을 밖으로 드러내고, 암암리의 네트워크를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시키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 묵인되는 것을 멈추도록’ 하게 만든,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s)’이라는 것이다.캠페인은 할리우드를 벗어나 미국 내 여러 분야로 확산됐고 이내 전세계로 퍼졌다.
 
한국에서는 서지현 경남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한 뉴스프로그램에 나와, 8년 전 법무부 핵심 간부였던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지금은 연극계와 학계, 공직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의 폭로후 여러명의 여성검사들과 유명 여성시인과 연극인들까지 가세해 특정인으로부터 받은 성희롱·성추행·성폭행 피해를 고발하고 있다. 가해자가 관심의 초점이 됐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오히려 피해자가 주목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 또는 조직 내 여러 사람으로부터 파면이나 해임 위협 등 신분상의 불이익뿐 아니라 폭행·폭언·집단따돌림 등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고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7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성폭행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폭로 이후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 

미투 운동이 점차 확산 일로 치달으며 이제는 폭로전에서 가해자가 직접 나서 사과하는 형태로 까지 변화하고 있다.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며 설전이 오가는 등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왜 십 수 년 전 일을 들 먹이냐? 당시에는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고발하느냐?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용기를 내기까지 그만큼 십 수 년이 걸렸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 지기도 한다.
 
최일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의 경우 지난달 24일 자신의 과거 성추행 사실을 자진 고백하며 사과 입장을 발표해 우리사회에 충격을 던져 줬다.피해자가 어렵게 말문을 열기 전 가해자가 먼저 나서 문제의 중심에 서는 일은 큰 성과로 받아 들여 진다.
 
이런 미투가 최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미투 공작 예언’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때를 같이해 정치권이 그의 발언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모양새다.김 총수가 이런 발언을 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최근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성추행, 성희롱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조재현, 조민기씨는 연예계의 대표적 친여 진보성향 인사들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성추행의 중심에 선 고은 시인은 대표적 진보인사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이윤택 감독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호다.한만삼씨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로 구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성탄절 특사로 석방하라며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기도 한 진보성향 종교인이다.또 잇따라 터진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 등 친여성향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성희롱과 추행의 문제에는 좌우 이념의 잣대로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좌우가 있을 수가 없다.논외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김 총수의 발언에서 한 가지 눈여겨야할 대목은 김 총수가 미투운동을 바라본 문제적 관점이다.그의 발언은 미투 운동을 비난하기 위함 보다 일부 세력들이 미투운동을 악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진보세력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미운동가들은 김 총수의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 보다는 잘 새겨 혹시 발생할지 모른 악용세력들에 대처해 이 운동의 본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항시 주변 환기에 힘써야할 것이란 생각이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성범죄 폭로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그는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부 가해자는 이 조항을 악용해 피해자에게 반소(反訴)를 제기한다. 또 피해자는 범죄 피해와는 무관한 요인으로 조직 안팎의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제는 피해자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뒤집어쓰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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