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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천직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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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천직은 뭘까?'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4.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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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에게 직업이라는 것은 생계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은 삶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이자 목표이고 자부심과 성취감을 얻는 수단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그 사람의 하는 일에 따라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과도 관련되는 핵심요소다. 최고의 직업은 남들이 줄 서는 분야가 아니라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만약 물려받은 유산도 없고 직업이 없어 일정한 수입이 없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막힌 거나 다름없다. 늘 먹고사는 일로 걱정해야 하는 것만큼 구차한 게 또 있을까. 돈이란 어쩌면 육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없으면 나머지 오감도 도저히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 세상은 문밖을 나가는 그 시간부터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이다. 돈이 없이는 어떤 품위도 유지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가난이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자극이라 하지만 그것은 가난의 고통을 진정으로 겪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천박하게 만드는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가난하면 뜻대로 살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계문제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염치를 잃고 굴종과 복종 속에 살기 쉽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적성에 맞거나 좋아하는 일보다는 생계를 위한 일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기에게 맞지 않은 일을 평생 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생계를 꾸리지 못 하는 일도 있다. 더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까지 해결되는 운 좋은 사람도 있다.
 
사람이 평생 동안 일하는 시간이 얼나 될까? 영국의 일간지 '더 선, THE SUN'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수명을 80년으로 봤을 때 그중 일하는 시간은 26년(시간으로 치면 22만7760시간)으로 일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은 25년으로 두 번째였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은 이보다 더하지 않을까? 세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낸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행·불행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까?

 

불교에서는 현재의 직업은 전생에 자기가 했던 일이라고 한다. 목수의 재능을 잘 발휘하는 사람은 전생이 목수였다는 것이다. 전생의 목수가 현생에 목사를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즉, 불교의 가르침은 누구에게나 천직이 있으니 그것은 전생에 했던 일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현생의 직업을 고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전생에서 이미 했던 일이니 현생에서는 더 잘한다는 의미이겠다.
 
필자는 아는 스님께 "전 전생에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지금 하는 일을 이만큼 잘하는 걸로 봐서 전생에 틀림없이 글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 말씀대로라면 나는 다행히 천직을 찾은 듯하다. 천직이 전생에 하던 일이라는 것,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고, 타고난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갖추었음을 의미하니, 곧 전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전생의 직업을 찾는 일은 참 흥미롭다. 과연 내 전생의 직업은 무엇이었을지,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남보다 더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문제는 남보다 월등한 능력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적성검사 따위는 그저 내 성향을 알아보는 정도의 기능일 뿐, 정확히 내 재능을 찾아주지는 못한다.

 

자기 재능을 찾기 어려운 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하는 건데, 사실 그걸 확인하기도 쉽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우선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왕이면 타고난 재능, 그러니까 남보다 더 잘하는 일을 찾아 그에 맞는 직업을 택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절대 음정을 타고났는데 돈벌이가 안 된다고 음악을 하지 않고 고액연봉의 회사원이 된다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을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느 세월에 재능을 찾고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미 오래전에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내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더라도 천직을 찾는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노력하다 보면 제2의 인생을 선택할 기회는 분명히 찾아온다.
 
"저는 제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젊은 친구들이 종종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때 나는 되묻는다. "잘하는 게 없으면 큰일 나나?" 잘하는 게 없는 것이 어쩌면 더 편할지 모른다. 딱히 잘하는 게 없으면 주어진 일에 편견 없이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일단 그나마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일부터 시작해보라고 말해준다. 일단 시작하고, 내가 이 일에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지 남과 견주어 보라는 거다. 실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다른 것을 찾아 또 시도해보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이거다 싶은 일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재능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시도했다가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변경'이다. 그런 변경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 천직이라고 느껴지는 직업을 찾을 때까지 자신 있게 변경해보자.

 

좋은 직업과 돈이 풍족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도 가난하게 살다 보면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의 꿈은 소박하고 항상 현실 곁에 있으며 바라는 것이 막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은 삶에 군더더기가 적다. 옛날 가난한 선비들의 청빈한 삶은 갓 길어 올린 우물물처럼 맑고 정갈했다. 허당습(虛堂習聽) 이란 말이 있다.

 

빈방이나 대청에서 소리를 내면 울려서 다 들린다는 말이다. 뭔가 채워져 있으면 그 자체가 소리를 먹기 때문에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가진 게 너무 많은 것보다 조금 비어있는 것이 깊은 산 속 메아리와 같은 맑은 울림과 공명(共鳴)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 천직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과연 내 천직이 맞을까? 질문에 답을 찾기 어렵다면 한번 저질러 보라. 가진 걸 다 걸고 저지르는 건 부담스러우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자.

 

천직을 찾는 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을 즐겁게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혼을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행복한 것처럼, 직업 역시 재능에 따른 천직을 택해야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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