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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의 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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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의 힘 '소통'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6.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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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信賴)’와 ‘불신(不信)’, 그리고 ‘소통(疏通)’은 최근 몇 년간 정부 및 정치권과 관련된 이슈에서 가장 많이 회자(回刺)되고 있다.
 
소통은 사전적인 의미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하다’는 의미다. 또한 ‘오해가 없도록 뜻이 서로 통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소통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신뢰감’이라는 결과물을 낳는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출범 당시 핵심 국정 과제로 ‘정부 3.0’을 내세우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보여 준 재난 수습 행태는 그야말로 무능함 자체였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사례로, 재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줬다.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원 구조’라는 엉터리 발표를 해 전 국민을 속였고, 사고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의 요구와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오로지 정부 당국이 원하는 일방적 홍보성 메시지만 전달하는 전형적인 ‘불통’의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는 곧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또, 메르스 사태라는 재난 상황에서 보여 준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핵심 국정 과제와는 거리가 먼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0월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 전 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에 대한 사퇴 및 탄핵 압박이 높아지고, 대통령에 대한 탄액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결국, 헌법재판소가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는 정부가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자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소통의 힘은 자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길게 이어진 돌담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제주도를 방문했던 선비는 끝없이 이어지는 제주도의 돌담을 보고 ‘흑룡만리(黑龍萬里)’라 표현하기도 했다.
 
돌담은 경작지 사이에 쌓아놓은 밭담, 집 주위를 에워 쌓은 집담, 무덤 주위에 쌓아놓은 산담, 밭 한쪽에 길게 쌓아 두고 성담처럼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잣담이 있다.
 
또, 바닷가 연안에 일정한 너비와 높이로 쌓아놓고 고기를 가두어 잡는 원담(또는 갯담), 조선시대에 소와 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목장 울타리용으로 쌓아놓은 잣성, 조선시대에 제주목·대정현·정의현 등 읍성(邑城)과 군 주둔지였던 진성(鎭城)에 쌓은 성담, 고려 말에서 조선에 걸쳐 왜구 등을 막는 데 활용되던 환해장성(環海長成) 등이 있다.
 
돌담의 기능은 쌓여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고 한다.
 
집담은 집의 울타리로서 외부인의 시선으로부터 집안 내부의 모습을 차단하고, 강풍이나 태풍이 불어올 때는 바람의 강도를 낮춰 바람의 피해를 줄인다.
 
평소에는 지나가는 우마 등 가축이 마당 안으로 들어와서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하며, 해안에 아주 인접한 가옥인 경우 파도에 의한 염해(鹽害)를 막는 기능도 있다.
 
밭담은 경작지의 소유를 구분하고, 우마 등 가축들로부터의 피해를 줄였으며, 산담은 원래 사자(死者)의 영혼이 깃드는 공간 혹은 사자의 생활공간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우마의 피해와 산불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다양한 용도의 제주 돌담의 특징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대충 쌓아 올린 것 같고, 허술해 보이지만 제주의 거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그 비결은 의외의 곳에 있다. 돌무더기 사이에 자연스럽게 숭숭 뚫린 구멍들이다. 거센 바람이 여러 구멍으로 분산돼 통과하면서 돌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의 방어막이 아니라 바람의 통로라는 얘기다. 자연이 보여주는 ‘소통’의 원리 일게다.
 
지난 6·13지방선거 결과 예측 그대로 자유한국당을 비롯, 보수야당이 전멸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며 선거 참패에 대해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촛불 정국과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당시 청와대의 불통권력의 행태에 대해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 쇼’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정치인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에 전개되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통찰해야 한다”며 계파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속에서 투명한 정치 시스템을 강조했다.

 

‘소통’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 감정이 통하는 것이다. 소통이야 말로 인간사회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배려, 대안 없는 비판이 아닌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회. 서로 뜻이 통해 오해가 없는 소통의 사회가 건강한 나라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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