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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용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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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용 쇼크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8.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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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라는 말이! 올 7월 취업자 증가폭이 고작 5천명에 불과한 데서 나온 표현이다. 올 1월 33만여 명이던 취업자 증가폭이 2월부터는 3분의 1토막이 나서 10만 명을 오르내리더니 급기야 1월의 60분의 1인 5천 명으로 급전직하 줄어든 것이다. 실업자 수도 올 들어 7개월 연속 백만 명을 넘어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됐다.

고용쇼크에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를 향한 강력한 의문이 짙어지고 있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더 늘리기로 했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 이상으로 확대하고 4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패키지를 신속히 추진할 뜻을 밝혔다.이번 고용참사에 소득주도 정책의 기류 변화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믿어달라며 인내심을 구했다. 현재로서는 재정 확대 외 별다른 해법이 없어 보인다.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든다는 정책은 허상에 그칠 뿐이다. 이미 대규모 돈풀기에도 불구하고 고용과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까닭에서다.돈은 없어지기 십상이고 임시방편책을 뿐이다. 그렇다고 자금을 풀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최근 정부는 폭염이 지속되자 전기료 폭탄 걱정에 한시적 전기료 인하로 국민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발표했다.
 
누진세 적용 구간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7~8월 가정용 전기요금을 깎아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개인에 돌아가는 전기료 인하 폭을 만족하는 사람들이 없다. 인하 수준이 푼돈이라는 푸념이다. 생색에 불과하니 오히려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이 들끓고 있다.
 
정부는 전기료 누진제 폐지마저 검토하고 있지만 뜨거운 감자다.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정부가 감당할 능력이 되는지 우려스럽다.금융도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들의 척박한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서민금융 지원이나 수수료·대출금리 인하 등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도 얼개를 같이 한다.
 
대출금리 인하나 최고금리 상한제의 경우 서민들의 빚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얼마나 인하해야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신용등급자가 급전이 필요할 경우 이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 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빚 갚을 능력, 즉 상환 가능하냐의 문제를 먼저 짚어야 한다.차주의 상환능력이 안될 경우 과감히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적극적이고 단호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자신의 재무상황을 인지하고 재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또 다른 빚 부담을 지게 한다. 대출이 대출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질 낮은 대출로 또 다른 가계부채의 그늘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채무가 과도해 도저히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자에게 대출을 해주거나 고금리를 받게 해서는 안된다. 대출 승인율을 높인다고 이들 살아나지 않는다. 희망고문에 가깝다.

물론 차주로서는 당장 괴롭고 안타깝지만 먼 훗날을 생각하면 오히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빚 연명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개인회생과 파산 등으로 채무조정을 통해 말 그대로 회생할 수 있는 여력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권으로서도 지원을 위해 부실을 떠 안거나 들을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노리는 금융을 위한 금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카드 가맹점 소상공인들을 위한 수수료 인하도 그렇다. 가맹점 수수료를 내린다고 그들의 삶과 생존이 나아지리란 법이 없다. 수수료 제로에도 한계가 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업계나 관련 신용산업은 죽겠다고 난리다.
 
소상공인들에게도 수수료 인하가 답이 될 수 없다. 모두 9번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단행됐다. 그간 양쪽 모두 이렇게까지 울부짖지 않았다. 원망은 해도 나름 먹고 살던 때와 달리 피부로 느끼는 지금의 경제가 너무 안좋기 때문이다. 마치 수수료가 문제인양 부각되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가 향상되리 만무하다. 소비가 없으니 소득이 늘지 않아 당장 수수료 부담이라도 줄이는게 생계에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돈은 돈을 부른다.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돈을 풀어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다고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고 간섭이 늘어나면 시장은 왜곡된다. 시장 왜곡은 더 많은 희생을 원한다. 정부에게 하소연하면 돈이 떨어지고 안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것이고 일탈로 변모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여론을 깊게 새겨듣고 소득주도정책의 문제를 살펴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실업자 18년 만에 최대, 구직단념자 50만명 돌파, 40대 취업자 역대 최대 급감 등의 통계에 앞이 캄캄하다. 통계청이 19일 내놓은 기록적인 집계에서 취업자 증가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쪼그라들었다.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에서 나온 집계로 믿기 힘든 고용 쇼크다. 실업대란 현실화의 징표로 받아들여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경제의 중추인 40대의 고용 실태는 휘청거리는 고용시장의 위중함을 그대로 반영한다. 현재의 40대가 혹독한 청년실업을 겪던 외환위기 직후 본격화된 취업 대책도 20년 가까이 헛발질만 계속된다. 구직 포기자나 아르바이트 취업자 등 단기간 근로에 종사하는 넓은 의미의 실업자군까지 포함하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육박할 것이다. 이 정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고용 대책을 다시 짜는 게 더 현명하다.

일자리 창출과 상충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이 증대도 악재였다. 기업 실적뿐 아니라 포화 상태인 자영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거의 재난 수준이다. 비효율적 사업 계획이나 예산 집행이 고용시장을 휘청거리게 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월평균 185만명 이상이 '쉬었음'으로 분류되고 월평균 30~40대 취업자가 14만명 감소한 것은 고용난이 경제 전반에 전이된 증거다. 구조적 악화를 부르는 정책부터 보정 또는 폐기해야 한다.

전반적인 고용 쇼크로 구직을 단념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는 상황이 무엇보다 아프다. 중소기업 취업장려금이나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단발성 대책만 갖고 취업률을 높일 수 없다. 절망이나 비관 대신, 기업이 활력을 되찾게 하라는 것이다. 취업 정책이 방향성을 상실한 가운데, 40대 일자리 감소 폭은 인구 감소 폭의 1.5배에 달할 만큼 빠르다. IMF 외환위기 수준인 대량실업의 심각성을 당정청이 이번엔 제대로 인식하기 바란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시 '구변(九變)'에서 "민심이 변하는 것은 의식주, 곧 경제에서 비롯되며, 백성이 살고 국가가 승리하는 것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일맥상통한다.(人情動變歸衣食 民生國勝無相違)"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면 공동체 존립을 위한 동력을 잃게 된다. 이런 사회에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가발전의 에너지가 상실되게 마련이다. 당연히 살기 좋은 선진국가로의 발돋움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민생’을 경제 패러다임을 새로 짜는 게 마땅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일을 둘러맞추는 오류를 두번 다시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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