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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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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8.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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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時代) 초(楚)나라의 변방 지역인 섭현(葉縣)의 백성들이 높은 세금(稅金)과 잦은 부역(賦役)에 시달려 이웃 나라로 도망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그 지역을 다스리고 있던 태수(太守) 섭공(葉公) 심제량(沈諸梁)이 때마침 정치적 이상을 펴기 위해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던 중 자신의 관할지역에 방문한 공자(孔子)를 만나게 됐다.
 
섭공은 이 자리에서 공자에게 “선생님, 나의 백성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니 인구가 줄어들고 세수가 줄어드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날마다 백성이 도망가니 천리장성을 쌓아 막을 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정치(政治)를 어떻게 해야 하고, 백성을 어떻게 돌보아야만 정사(政事)를 제대로 돌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잠시 생각에 잠긴 공자는 “위정자(爲政者)가 선정(善政)을 베풀어 가까운 내 관할 지역 백성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잘 하면 가까운 곳의 백성들은 즐거워하고, 이 같은 소문이 다른 지방과 이웃 나라에까지 퍼져 멀리서도 저절로 사람들이 몰려오게 될 것이요”라고 답한 뒤 섭현 지역을 떠났다고 한다.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에 나오는 섭공과 공자가 나눈 대화 중 이 같은 뜻의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말이 나온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말로, 훌륭한 정치의 덕이 널리 미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당시는 춘추전국시대로, 국경(國境)의 개념은 오늘날과 달라 백성들은 정치를 잘 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치의 평가 기준이 ‘근자열 원자래’였던 것이다.

단위면적당 석유 매장량이 세계 1위로,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로 인정받아왔던 베네수엘라가 요즘 참혹한 상황에 처했다.
 
극심한 경제난은 100만%에 이르는 살인적인 하이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냈고, 지금까지 230만 명의 경제난민을 양산해 냈다고 한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 인구의 5.1%인 164만 명이 브라질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으로 떠났으며, 올해는 7월 말까지 400만 명 이상이 고국을 등지고 떠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석유자원 하나에만 의존한 채 정부의 비효율적인 국가 경영과 ‘성장 없는 분배’에 선심정책으로 일관한 빗나간 표플리즘 정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98년 12월 빈민층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다음 해 2월 취임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까지 총 4선에 성공하고, 다음해 3월5일 암투병 중 사망하기까지 무려 14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했다.
 
그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 정책을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추진했다. 모든 주권은 국민들로부터 나오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을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와 반미의 선봉장으로 자처했던 그는 국내적으로 대규모 미션(프로그램)을 시작,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질병, 문맹, 영양부족과 빈곤 등의 사회문제를 퇴치하고자 했다.

특히,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저가주택 등 각종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기초로 자신의 장기집권과 독재 정권의 기초를 마련했으나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극심한 실업률과 물가는 폭등하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하며 베네수엘라 경제는 위기에 빠지게 됐다.
 
차베스 대통령은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비, 기본소득제 무상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이 먼저다(La gente es lo primero)’ 라는 구호를 확산시켰다고 한다.
 
또, 기본소득제를 계속해서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이 더욱 더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벌기업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종 선심성 정책의 남발 덕분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일을 하지 않고도 중산층의 삶을 즐겼고, 지상 낙원을 실현한 반면, 상류층들은 너무 높은 세금에 불만을 품고, 미국과 유럽 등으로 이민을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3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사망 후 당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차베스 정권시기에 만들어진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밀고 나갔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의 근원을 미국의 경제제재, 미국과 유럽 간 무역전쟁 탓으로 돌렸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해결한다며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3000% 인상하고, 화폐개혁을 단행할 뿐 아니라 부족한 국가 재정을 타개하기 위해 자국 화폐를 무한정 찍어냈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014년 62%, 이듬해 275%, 2016년 700%, 지난해에는 1만3800%를 넘기고, 올해는 3만2000%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현금을 한 상자 들고 가야 고작 두부 한 모와 두루마리 휴지 한 롤 정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경제가 파탄에 이르자 다국적 기업들도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미국 식품기업 켈로그는 원자재 난과 정부의 가격 통제에 시달리다 지난 5월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나 통용되던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말이 교훈으로 남는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 문제가 심상치가 않다. 문제인 정부의 핵심공약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행된 지 1년 3개월이 지났는데도 결과는 최악의 고용쇼크와 가계소득 쇼크, 소득 양극화 쇼크가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파탄이 우리 경제에 교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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