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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년 전 사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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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년 전 사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9.1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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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는 기원전 1157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위기간이 5년 정도로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도 않았지만 나름 유명세를 치루는 인물이다. 미라에서 발견된 천연두의 흔적 때문이다.

천연두는 지금은 사실상 사멸했지만 수천년 동안 인류사회를 위협해온 가장 무서운 질병이었다. 반백년 전만 해도 전세계에서 매년 200만명이 죽어나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랑이한테 물려가는 호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였다. 작은 피부발진질환(smallpox)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일단 발병하면 마을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망까지 흔드는 파괴력을 보였다.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 피웠던 남미 아즈텍 제국은 불과 수백 명의 스페인 군인한테 멸망되고 말았다. 처음 전황은 당연히 수십배의 군대가 많은 아즈텍이 우세했다. 대포와 총과 같은 최신 무기가 있었지만 규모 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전세를 뒤바꾼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였다. 스페인인들이 옮긴 천연두는 원주민들 사이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면역력이 전혀 없던 아즈텍은 국민의 70% 이상이 사망하면서 전투다운 전투도 못해보고 정복당해 버렸다.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는 지구상 최악의 질병에 대한 소멸을 선언했다. 19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항구도시 메르카에서 23세 천연두 환자가 발견된 이래 3년 동안 발병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인류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3년 전 한 차례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메르스가 또다시 노크를 했다. 국내에서 3년여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메르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강원도를 포함한 지자체들이 비상 방역 체제 가동에 나섰다. 발 빠른 대처가 3년 전 사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7일 쿠웨이트에서 귀국해 설사와 발열, 폐렴 증상을 보이던 A씨(61ㆍ서울)가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메르스 확산을 방하기 위해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총 4단계 중 2단계인 ‘주의’로 높였다.

주의는 해외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때를 말한다. 확진자 A씨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 조사를 통해 파악된 밀접접촉자는 현재 22명이다. 항공기 승무원 3명, 탑승객 10명(확진자 좌석 주변 3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가족 1명, 검역관 1명, 출입국심사관 1명, 휠체어 도우미 1명, 리무진 택시 기사 1명 등이다. 밀접접촉자는 자택격리 중으로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 지역 보건소에서 증상 모니터링을 받는다.

확진자와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을 비롯한 일상접촉자는 총 440명이며,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연락을 통해 관리한다.이웃나라 중국엔 돼지열병이 창궐했다. 에볼라, 콜레라, 지카 등도 참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전염병은 인구 밀도와 비례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 지구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서로 다른 지역간 접촉도 빈번해 전염병 창궐의 가능성은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국가가 된 한국은 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설마'하는 방심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늘어난 인구와 세계의 지구촌화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질병 확산을 막거나 완화하는 건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에 달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3년 전 초기 대응 부실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천문학적 피해를 경험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메르스 확산 당시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은 10% 이상 매출이 급감했고,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문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피현상은 사회적인 현상까지 낳아 내수 경기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산업계에도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메르스 이전인 1분기 0.8%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2분기에는 0.4%로 반토막 났고, 3%인 경제성장율 달성에도 실패하는 등 큰 피해를 양산했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급격히 줄어들어 관관산업 피해액만 최대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사회적 손실까지 포함하면 10조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최근 내수 경기 부진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메르스 사태로 인해 기름에 물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우리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시 산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준 사건이니 만큼 보건당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초동 대처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이낙연 총리의 말은 결코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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