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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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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이 주는 교훈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10.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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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1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4일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2만 6625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누적 관객 수는 535만 2401명이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영화로 추석 명절을 맞아 개봉했던 영화 <안시성>의 반응이 뜨겁다.

배우들의 열연과 웅장한 전쟁 장면 등 영화의 완성도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낀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 역사이지만 우리에게는 드문,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기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나라 군대를 이끈 태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상대로, 더구나 수십 배의 병력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거둔 역사를 보며 관객들은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이러한 안시성 전투의 승패는 이미 오래전 맹자가 예견했다.

<맹자> ‘공손추 상’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민본주의자인 맹자의 흔치 않은 전쟁론인데, 맹자는 이 말에 덧붙여 이렇게 해설했다.“전쟁을 할 때 아무리 하늘이 준 좋은 기회에 공격을 해도 지리적으로 탄탄히 지키는 성을 함락시킬 수 없다.
 
바로 하늘의 때가 지리적인 이점만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이 튼튼하고, 막강한 군대가 있어도 패배해 도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간의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은 사람들의 화합에 미치지 못한다.”안시성의 전투는 맹자의 전쟁론과 놀랍게 일치한다.

먼저 당 태종은 천시(天時), 즉 하늘의 기회를 갖고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태종은 위징·방현령·두여회 등 뛰어난 신하들과 함께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불리는 가장 안정되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었고, 그 당시 세계 최대의 강국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국력을 자랑했다.

이런 국력과 20만명에 달하는 막강한 군대로 정벌에 나섰기에 안시성 같은 작은 성에서 패배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있었던 주필산 전투에서 15만의 고구려 대군을 물리쳤기에 병사들의 사기도 충천했었다.

하지만 당나라의 대군은 석달간에 걸친 공격에도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바로 안시성이 가진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성을 공격하는 ‘공성전(攻城戰)’을 어쩔 수 없을 때만 선택하는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했다. 공격준비를 하는 데 3개월이 걸리고, 장수가 초조와 분노를 이기지 못해 무리한 공격 명령을 내림으로써 병력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태종은 이미 고구려의 개모성·비사성·요동성을 함락시켜 성을 공격하는 데는 많은 경험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자신감으로 공격했지만 안시성은 평지에 위치한 다른 성과는 달리 지리적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산성이었다. 또 한가지, 당 태종이 알지 못했던 것은 안시성에는 양만춘이라는 명장군이 있었고, 그를 한마음으로 따르는 병사들과 백성들이 있었다는 점이다.양만춘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인화의 힘을 아는 지도자였다. 병법서 <삼략>에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점이 같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고, 사람들과 미워하는 바가 같으면 한마음으로 따를 것이다”라고 실려 있다.

이처럼 사람들과 동고동락할 줄 아는 지도자의 능력이 강대국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수십배의 병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으며, 모두 하나가 돼 적과 싸울 수 있는 군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당 태종은 결국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본국으로 군대를 물리고 만다. 정사는 아니지만 양만춘이 쏜 화살에 한쪽 눈을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는 야사도 있다.
 
본국으로 돌아간 당 태종은 3년 후 사망하며, ‘고구려와는 절대로 전쟁을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주역>에는 ‘二人同心 其利斷(이인동심 기리단금)’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자른다’는 뜻이다.  두 사람이 한마음이 돼도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데, 만약 수백·수천명이 한마음이면 얼마나 놀라운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더구나 한민족 모두가 한마음이 되면 과연 어떨까? 우리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팽배하고 있는 시점에서 화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현실에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그래서 안시성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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