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사이비기자 반드시 몰아내야"
상태바
"사이비기자 반드시 몰아내야"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8.10.30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겉으로는 그것과 같아 보이나 실제로는 전혀 다르거나 아닌 것” 사이비(似而非)의 사전적 의미다. 사이비 어원의 유래와 역사는 그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하지만, 역사 또한 깊다.

일찍이 공자도 ”나는 사이비 한 것을 미워한다“고 했다. 그 이유가 분명하다. “사이비는 외모가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즉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의미한다. 선량해 보이지만 실은 질이 좋지 못하다”라고 정의했다. 말만 잘하는 것을 미워한 뜻으로 읽혀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신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서 사이비를 싫어한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각종 사안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며 갑질을 일삼고 있는 이른바 ‘사이비 기자’가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시민들은 ‘기래기’ 주의보라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에 언론의 지위를 이용한 범죄행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언론인에 대해 시정취재 편의 제공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들어 지역에서 인터넷 언론(1인 미디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이에 대한 폐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인터넷 언론뿐 아니라 일부 기존 언론사들의 되먹지 못한 기자들도 여기에 가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할 일들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들 1인 미디어들의 공통점을 보면 기자는 있으나 기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각종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긴 하지만 해당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관공서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옮겨 놓은 기명 기사가 간혹 보일 뿐이다.

이 중에는 인터넷상에서 홈페이지조차 찾기 어려운 곳도 있다. 각종 포털에 노출되는 기사도 없지만, 이들의 갑질 행태는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 가고 있다. 또 원하지 않는 기사를 만들어 보도한 뒤 당사자를 찾아가 ‘수고비’ 명목으로 금품과 향응을 에둘러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거절하기도, 돈을 주기도 민망한 일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기자 무서워 공무원 해 먹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법한 일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모 매체의 기자를 자처한 모씨는 포항시를 찾아가 취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언성을 높이는 등 행패를 부리는 등의 일로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또 다른 기자는 포항시가 광고를 주지 않는다며 감당하기 힘든 분량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의 압력을 행사해 해당 공무원이 가슴앓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포항의 아파트 신축 공사장을 찾아가 환경 관련 비판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해 공사업체로부터 수차례 걸쳐 금품을 뜯은 사이비 기자가 법원에 의해 구속되기도 했다. 대구지법은 모 일간 신문에 근무하던 모씨를 공갈 혐의를 적용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언론 기사에 취약한 피해자를 골라 금품을 가로챈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2013년과 지난해에도 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는 등 동종 전과가 여러 차례 있고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7월까지 포항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찾아가 비산 먼지가 날리는 현장 사진을 찍고 공사업체를 상대로 비판 기사를 쓰거나 고발할 것처럼 협박해 총 10여 차례에 걸쳐 30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다.

이 같은 무늬만 기자인 사람들의 상식 밖의 행동이 알려지자 포항지역 일부 언론인들은 “기자를 자처하는 기래기 몇 사람이 언론인 전체를 욕을 먹이고 있다”라며 “기사 한 줄 보이지 않는 매체의 기자를 버젓이 출입 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때만 되면 꼬박꼬박 광고료를 책정해 주는 포항시가 간을 키웠다"라고 지적한다.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렇다고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저자세로 일관해야 할 이유 또한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들이 강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 에게는 잔인하리만큼 강한 자의 습성을 지니지 않았다면 도무지 생각하기 힘든 일을 스스럼없이 해대는 사람들이기에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경북 영덕군에서 사이비 기자에게 돈을 뜯긴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무원은 모 인터넷 매체 기자 C 씨로 부 터 협박을 당해 수백만 원을 뜯겨 지난 25일 오전 7시 59분쯤 영덕군 강구면의 한 야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구조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공무원이 "해당 기자가 '돈을 주지 않으면 잘못을 폭로하겠다'라며 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라고 전했다.

협박을 이기지 못해 500여만 원을 뜯겼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의 조사가 끝나봐야 전후좌우 사정을 알 수 있겠으나 경찰의 전언에 비춰볼 때 사이비 기자의 협박이 일정 부분 이 같은 선택을 하는데 촉매로 작용했을 것이란 것에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포항 영덕뿐만 아니다.

인근 울진에서도 사이비 기자의 신출귀몰할 행태에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D 씨는 지역의 각종 공사 현장과 협동조합 등 단체를 돌아다니며 공갈과 협박을 일삼으며 돈을 뜯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그의 집을 압수 수색을 해 증거확보에 나섰다고 하니 곧 그의 여죄가 드러날 것이다.

이 같이 언론이 스스로 책임지는 도덕성과 자율성을 상실할 때 그 사회는 피폐하게 된다.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 하지 않았던가. 이대로 두어선 국민적 피해가 너무 크다. 사이비기자를 몰아낼 최적의 묘안을 찾아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