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30년 전과 비교한 쌀값 폭등의 왜곡
상태바
30년 전과 비교한 쌀값 폭등의 왜곡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11.04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장

수확기를 맞아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햅쌀이 시장에 풀리고 있으나 쌀값이 산지에서 80kg에 2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정부는 쌀 공급량이 준 게 가장 큰 이유라며, 가격 정상화를 위해 정부 비축미를 방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정부는 비축미를 방출하고,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떡과 도시락 업체 등에 대해 쌀 1만 톤을 확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처럼 쌀값 오름세에 대한 심상치 않은 현상은 햅쌀이 시장이 풀리기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정부의 정책 실패로 쌀값의 고공행진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쌀값은 지난 15개월째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지난달 초 정부는 햅쌀이 본격 출하 되는 같은 달 중순이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은 엇나갔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쌀 일반계 20kg 기준 소매가격은 5만3429원으로 평년(최근 5년간 평균가격)보다 22.6% 높았다. 1개월 전보다는 4.6% 오른 수준이다.

당초 농식품부는 지난달 중하순부터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올 들어 쌀값이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쌀값 폭등’이 아닌 정상 가격을 찾아가는 ‘쌀값 회복’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올 들어 쌀값이 급격히 오르자 지난 3월 공공비축미 8만4000톤을 시장에 푼 이후 6월에 10만 톤, 8월에도 4만 톤을 공매했다. 효과는 없었다.
 
쌀값 상승세는 계속돼 지난 9월 20kg들이 소매기준으로 평균 4만9456원이었던 쌀값은 10월 5만원을 돌파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일 영세자영업자에게 비축미 1만 톤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게 됐다.

농가의 벼 출하시기가 다소 늦어지면서 쌀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해 출하를 늦추려는 농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 햅쌀이 덜 풀리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5% 줄어든 387만5000톤이지만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9만톤 많은 것으로 예측되면서 쌀값의 고공행진 원인이 가격상승을 기대해 출하는 늦추려는 농가 때문이라는 분석은 무리다.
 
이처럼 쌀값의 고공행진으로 서민 가계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쌀값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쌀값은 4, 5년과 비슷하며, 공급과잉으로 급락했던 쌀값이 당시 가격 수준으로 오르는 추세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60kg으로, 쌀을 사는데 15만 원 정도 들어 쌀값 상승을 곧바로 서민가계 부담으로 연결하는 것은 단순 논리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산지쌀값은 80kg들이 한가마당 19만3000~19만4000원이다. 역대 10월 쌀값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이 처럼 쌀값이 오르면서 ‘폭등한 쌀값, 가계에 주름살’, ‘서민가계 큰 부담’ 등과 같은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쌀값이 20여 년 전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쌀값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표현이 더 타당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쌀값 상승으로 인한 일반 가계의 부담 증가는 매우 적다는 게 중론이다. 쌀값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차지하는 가중치가 5.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가계의 소비금액이 1000원이라면 쌀을 사는데 5.2원밖에 안 든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61.8kg인 점을 감안하면 쌀을 사는데 한 사람이 연간 3만359원을 더 지출하는 셈으로, 한 달에는 2529원, 100g 기준 한 끼로 계산하면 49원 정도가 추가로 나간다고 한다.
 
100만 원대 스마트폰을 1~2년 만에 교체하고, 한 마리에 1만5000~2만원 하는 통닭과 한 잔에 3000~5000원 짜리 커피를 부담 없이 자주 마시는 현실과 비교해 쌀값 상승에 대한 부담을 거론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반 가계를 제외한 영세음식점 등의 부담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때문에 농식품부는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쌀을 저렴한 가격에 직거래 할 수 있는 산지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쌀 수확기를 맞아 올 여름 극심한 가뭄피해를 입었던 경기 화성시 서부지역 농민들은 시름에 빠졌다. 전국 평균 쌀 수확량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의 수확으로 약정한 정부수매 물량도 채우지 못했다.

농민들은 “농사짓는데 무척 힘이 들고,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쌀값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쌀값 논란 속에 정부는 역대정권 최초로 수확기에 정부 비축미를 연내 방출해 쌀값을 안정화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업소득은 10년째 정체돼 있으며, 농지는 해마다 1만ha이상 줄어들고 있고, 식량자급률은 24%로 역대 최저치”라며 “2016년 가격 12만9000원은 30년 전 가격이며, 현재의 쌀값은 2013년 18만3000원 선을 회복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가격과 가장 높은 가격을 비교해 30% 이상 폭등했다는 여론도 명확한 왜곡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농사는 천하의 가장 근본(農者天下之大本)이 되는 중요한 일이다. 정부의 쌀값 인하정책이 천하의 가장 근본을 일구는 농민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