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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7] 우편집배원이 된 광주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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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7] 우편집배원이 된 광주시 행정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12.12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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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에 모든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좋은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굵직한 현안에 대한 우유부단함이다. 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이어 ‘광주형 일자리’ 등 벌써 두 번째다.

당초 도시철도 2호선은 16년간의 수많은 논쟁 끝에 확정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용섭 시장은 취임 이후 몇몇 인사들이 실체 없는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결성, 반대하고 나서자 이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일부 인사들이 도시철도 2호선의 사업예산을 광주시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시민 없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제동을 걸자 광주시는 시민찬반투표나 다름없는 ‘공론화 숙의조사’를 거쳤다.
 
이미 결론이 난 사업을, 대부분의 시민들이 찬성하고 있는 사업을 일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시민들에게 다시 물어 결정키로 했다.

숙의조사 결과는 당초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 찬성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수많은 예산이 소모됐다.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체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안마저 책임을 회피한데 대한 비난이다. ‘앞으로도 현안만 생기면 모두 시민투표에 붙여 결정할 것인가’라는 비아냥은 그래도 수위가 낮은 편이다. ‘그럴려면 광주시장자리를 없애고 시민대표와 행정대표, 시민단체대표가 광주시의 행정을 결정, 책임지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라’는 유약한 리더십에 대한 비난을 아프게 들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새로운 협치 모델이 만들어졌다’거나 ‘생활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시민들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아전인수의 해석을 내놓았다. 시민들의 뜻과 역행하여 광주시 행정에 어깃장을 놓았던 실체 없는 시민단체 역시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도 마찬가지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동종업계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복지를 대폭 늘려 임금을 보안하고, 대신 임·단협을 당분간 유예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금에서 미흡한 부분을 복지로 해결해주고, 기업은 경쟁력을 갖춰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임금 또한 동종업계에 비하면 절반정도의 수준이나 연봉 4천만 원 이상이면 그리 만족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이렇듯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을 광주에 지어 이를 현실화 한다는 것으로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가까스로 합의되는가 싶었다. 문제는 기득권을 가진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아닌, 노조문제로 접근함으로써 광주시의 유약한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적정 임금과 근로시간 등 여타 쟁점에서는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으나 임·단협 유예를 놓고 현대차와 노동계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임금,단체협약 유예’의 문제 조항은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대 달성 때까지로 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합작법인이 연간 7만대 가량을 생산한다면 임·단협 협약을 5년간 유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는 이 조항을 ‘노조 결성권’을 침해하는 실정법 위반으로 보고 있고, 현대차는 이 조항을 ‘광주형 일자리’ 성공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중재하고 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광주시는 현대차와 노동계 사이에서 주체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양측의 주장을 전달하는 우편집배원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가 이와 관련,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해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대목은 사실상 ‘신뢰할 수 없다’는 외교적 수사에 다름 아니다.

실무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이병훈 광주문화부시장은 협약이 무산된 뒤 “현대차와 노동계 입장을 조율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해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 하겠다”고 했고, 뒤늦은 지난 9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벼랑 끝에 놓여있는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시키기 위해 협상 추진팀 단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버스 떠난 뒤 손든 꼴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는 물론, 정부와 국회에서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적극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에 모든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좋은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이다. 유약함은 때로 죄악의 편이 될 수도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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