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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족자원 고갈로 신음하는 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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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족자원 고갈로 신음하는 어촌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9.02.25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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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우리나라 연근해지역에서의 산란기 불법어업 등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어족자원이 날로 고갈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동해안은 다양하고 풍족한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남획과 어린고기 불법포획, 중국어선 싹쓸이 조업 등으로 인해 어족자원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먹 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상록을)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산란기 불법어업 단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불법어업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불법어업 적발 건수는 2014년 21건, 2015년 89건, 2016년 110건, 2017년 162건 등으로 2014년 대비 2017년 무려 8배 이상 급증했다. 2014년 이후 산란기에 적발된 불법행위는 허가제한조건 위반이 92건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으며 어구 위반이 91건(23.82%) 불법 어획물 유통판매 70건(18.32%) 등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86년 173만t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72년 이후 44년만에 100만t 이하를 기록했는데, 원인 중 하나로 산란기 불법어업으로 인한 어린고기 남획이 꼽히고 있다.

이처럼 산란기 불법 어업을 통해 어린고기들이 무분별하게 남획되면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져 많은 어려움에 처한 어민들의 고통이 가중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주무부처인 해수부와 해 자치단체에서는 우리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철저한 지도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입 수산물이 국민들이 식탁을 점령하고 어족자원이 없는 황폐한 바다를 후손들에게 물려 줄 것 인지 깊이 고민을 해야만 할 시점이다. 얼마전 인터넷상에서 ‘생태탕 판매 금지’ 소동을 빚은 일은 현 시점에서 시사 하는바가 크다. 정부가 생태탕 판매를 금지해서 더 이상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서다.

이는 올해부터 국내산 명태는 어획과 유통이 전면 금지돼 해양수산부가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뉴스가 생태탕 판매금지로 잘못 전달돼 빚어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어쩌면 국내산 명태는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생태탕은 러시아산 명태를 사용한지 오래이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혔던 국내산 명태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명태는 생태(갓 잡은 명태 ), 동태(급랭시킨 명태 ), 황태(동결과 해동을 반복시킨 명태 ), 북어(바닷바람에 말린 명태 ), 코다리(내장을 빼고 반건조시킨 명태 ), 노가리(어린 명태 말린 것) 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밥상에 오르면서 국민 생선으로 사랑받았다.  1981년도에 연평균 14만t에 달하던 어획량은 2010년 연평균 2t으로 줄었고 근래에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수온변화도 있겠지만 노가리 등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았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2014년부터 명태 알을 부화시켜 얻은 치어를 바다에 방류해 개체 수를 늘리려는 시도를 벌였고, 이를 위해 수정이 가능한 살아 있는 국산 명태 한 마리당 5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총 31만6,000여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지난해 말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 앞바다 인근에서 일회성으로 명태 2만1000여 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공현진 앞 바다에서 잡힌 명태는 유전자 감식결과 방류한 치어가 아니라 대부분이 자연산 명태로 밝혀져 잡히지 않던 자연산 명태가 어디에서 왔는지 현재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어자원 고갈은 명태에 그치지 않고 있다. 싹쓸이 조업 등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오징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도의 50% 수준인 4만3109t에 그쳤고, 2015년(15만5743t)에 비하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금(金)징어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해안 특산품인 대게도 암컷의 남획 등으로 어획량이 2007년 4천817t에 달했으나 2017년에는 62%나 급감한 1천789t으로 줄었다고 한다. 10년 새 절반으로 감소해 가격도 크게 올라 서민들은 맛을 보기 힘들어졌다. 무분별한 남획이 부른 대가인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

온난화에 따른 어장변화와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2000년 초에는 100여척에 그쳤으나 2018년 2000여척에 달하고 있다. 을릉도는 오징어가 대표 수산물이지만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2002년 8700톤이 잡협던 을릉도 오징어는 2010년 2천900톤으로 떨어진 뒤 2016년 1천900톤, 2017년 1천 500톤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어민들은 어족자원이 계속 감소해 생산기반이 붕괴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 해 하고 있다. 주요어종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어민들의 소득은 줄어들고 소비자 가격은 오르고 있다.

국민들에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산물 먹 거리를 우리 바다에서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어민들도 깊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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