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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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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은 없어야 한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3.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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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새 학기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들의 개학 연기 투쟁에 대해 “즉각 철회하라”며 “개학 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이 소속 유치원 총 3300여 곳 중 60%인 2200여 곳이 개학 연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교육부가 파악한 개학 연기 유치원은 한유총의 예상보다 적은 규모인 190여개 유치원만이 개학 연기방침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개학 연기를 실행한다면 초유의 사태로,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보육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유총은 그 동안 거부해온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하겠지만 ‘유치원 3법’에는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치원 3법’은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마련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해 ‘박용진 3법’으로도 불린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13~2018년까지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이 저지른 비리가 총 5951건이고, 액수는 269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폭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이후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 증설 및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한유총은 신규 원아 모집 보류 및 폐원 입장을 밝히면서 반발했다.

‘유치원 3법’의 주요 내용 중 ‘유아교육법 개정안’의 경우 유치원에 대한 징계 및 중대한 시정명령 시 명칭을 바꿔 재개원을 금지하고, ’에듀파인‘이라는 회계프로그램 사용 의무화 조항 등을 담았다. 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 이를 유용할 시 횡령죄를 적용하도록 했다.

‘교육(education)’과 ‘재정(finance)’에서 따온 ‘에듀파인’은 현재 전국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됐다.

이 시스템은 물품구입비, 급식운영비, 학생복지비, 교과활동비, 체험활동비, 외부 강사료, 시설비 등 예산 소요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록하는 하는 것으로, 사업별 예산제도와 발생주의·복식부기 회계제도에 의한 예산 편성·집행·결산의 재정흐름 등을 한곳에 모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관들은 사적 은행거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에듀파인에 탑재된 ‘e교육금고’ 제도로 예산을 결제, 에듀파인에 기록된 회계 내역은 교육당국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입력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을 방지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28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확정하고, 에듀파인에 유치원 회계규칙 등을 반영, 200명 이상 또는 600여 개 희망 유치원에 이 달부터 시범 도입하기로 했고, 1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모든 유치원에 사용을 의무화 한다는 계획이다.

유치원 3법 중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지 못하게 하고,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을 교육 목적 이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현행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켜 급식 부정 피해를 예방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 급식업무를 위탁해 유아의 급식 질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한유총은 이사장의 원장 겸직금지 조항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명단 공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집단 폐업을 하기도 했으며, 자유한국당도 사유재산 침해가 우려되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개정안을 별도로 내는 등 반발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국회교육위원회가 유치원 3법에 대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가결, 최장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게 됨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개학을 연기하겠다는 190여개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고, 범정부 차원의 엄정 대응 입장을 밝히며 한유총에 대해 강하게 압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부처·지자체 합동회의에서 “유치원도 교육기관이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은 교육기관의 자세가 아니다”며 “한유총은 에듀파인을 도입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계속하고, 유치원 3법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학 연기를 즉각 철회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가진 교육기관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 뒤 교육부는 법적 조치까지 포함한 단계별 대책을 적극 이행하고,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

또, 검찰과 경찰, 공정위까지 나서 형사고발이 들어올 경우 적극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검찰 관계자는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고 개학을 연기할 경우 유아교육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유총 측은 정부가 군사정권에도 없었던 교육 공안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그러나 학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한 사립유치원의 집단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고, 교육당국이 ‘무관용 대응 원칙’을 고수하자, 기존의 ‘강대 강’ 대치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 교육 당국을 향해 공론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제안했다.

이들이 제안한 공론화 주제는 사립유치원 사유재산성, 유치원 운영 방법, 사립유치원의 역할과 의무 등이다.

자유한국당도 교육부가 한유총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사회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회 갈등의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급 돌봄체제도 발동했으나 무엇보다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볼모로 한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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