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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치된 조현병 희생 더이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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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치된 조현병 희생 더이상은 안된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5.02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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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친딸을 죽인 한 아버지가 법정에 섰다. 그의 딸은 18년째 편집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서른일곱의 딸은 집안일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고, 자신과 아내에게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 게다가 그와 함께 딸을 돌보던 아내는 암수술 후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혼자서는 두 명을 부양할 수가 없었다. 벼랑 끝에 매달린 듯한 삶이 이어지던 어느 날 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딸의 목숨을 앗았다.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도 조현병 환자다. 사건 이후 안의 어머니는 한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연신 죄송하다 말하며 흐느꼈다. 가족은 안을 입원치료시키려고 했지만 사회는 이를 도와주지 않았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생활고를 겪는 조현병 환자의 치료비의 부담과 부양 문제도 사회적 과제로 남았다.

조현병은 환각, 망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일종의 만성 사고장애이다.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다 지난 2011년 이름을 바꿨다.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가지고 있으며,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약을 투약할 경우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병이며, 적절한 치료로 폭력성을 통제할 수도 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존 인물인 존 내쉬는 나이 서른에 수학자들에게 해결 불가능이었던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수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불렸다. 약관 21세에 쓴 27쪽짜리 논문으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지만, 20대 초반에 발병해 무려 35년간이나 지속된 조현병에 시달린 인물이었다.

1980년대 ‘한국 시의 대명사’로 불린 시인 최승자도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지만 시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희망적이지 않다. 안인득이 조현병이라는 이유로 조현병이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병을 감추지 않고 병을 치료받으려는 사회가 돼야 우리는 ‘제2의 안인득’이 아닌 ‘제2의 존 내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무차별적인 폭력과 살해 사건들을 보면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 병명이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다.조현병은 이성적이고 논리적 사고 보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때로는 폭력성을 앞세워 발현하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본래 조현이라는 뜻은 줄을 조이거나 풀어서 음의 높낮음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현병은 신경계가 조율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다. 조현병 환자는 사회적 규범이나 사법적인 체계가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또 이들을 보호치료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안전장치도 취약하고 미비한 현 체제에서 다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됐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다 지난 2011년 이름을 바꾼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 국내에서만 약 50만명이 앓는 것으로 알려진 흔한 질병이다. 특히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이상을 조절함으로써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데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경우 폭력 가능성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실제 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로,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인 3.93%에 크게 현저하게 낮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짙은 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5%가 조현병 환자에 대해 “타인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무려 65.8%는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회적 낙인효과 때문인지 실제 조현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 환자 넷 중 한 명꼴인 12만여명에 불과하다.생활형편이 어려운 조현병 환자는 정부의 의료급여 지원비만 갖고는 매일 복용하는 치료제를 쓰기도 어렵다.

형편이 괜찮더라도 환자 본인이 거부할 경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퇴원한 조현병 환자의 병력이나 퇴원 사실 등을 지역정신건강센터에 등록할 수 있는 길도 법으로 막고 있다.

진주 모 아파트에서 21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로 그의 가족들이 주변의 피해를 우려해 보호시설에 보내려 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고 결국 방치하다가 애은 목숨들이 희생됐다.과연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안인득 사건을 보면서 그의 범죄가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점은 사고의 유연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범죄를 실행에 옮기는 것과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의 갈림길에서 그는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상인이나 비정상인이나 범죄의 선택은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 사회적 규범이나 사법적 체계를 무시하고 범죄를 저지른 일반 범죄자들도 조현병 환자로 구분될 수 있어 법의 모호성이 남는다.

즉, 조현병 환자나 심신미약 같은 이유로 감형이 일반화 된다면 법의 형평성에서 크게 벗어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감형을 목적으로 심신미약이나 조현병 환자를 주장하는 범죄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하겠지만 조현병과 심신미약이라는 상대성을 갖고 있는 법의 본질과 형평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법은 다수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이지 결코 범죄자를 보호하고 양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되며 피의자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우선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법의 엄중함이 요구된다.

특히 보호자가 정신질환 치료에 대해 기피하거나 관심이 낮을 경우 환자는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이게 된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최근 1년 동안 외래치료명령을 받은 환자는 4명에 불과하다.다행히 지난해 12월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4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관리 사각지대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통과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일부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직권으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종전 ‘외래치료명령제도’의 명칭을 ‘외래치료지원제도’로 변경하고, 그 치료 지원 대상을 현행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입원·입소자에서 퇴원·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까지로 확대했다.이렇게 되면 정신질환자 범죄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단, 지역 정신보건복지센터와 관리인력 확충 등 개정안이 착근되기 위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중 또 누군가 정신질환자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인들의 지원을 촉구한다.

더이상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존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조현병을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서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이다. 사회적 관심 속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조현병 환자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편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찾아야할 때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후관리는 물론 보건당국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간 유기적 협조로 환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반사회적 행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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