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령 운전자 사고 막기 위한 정부 대책 나와야
상태바
고령 운전자 사고 막기 위한 정부 대책 나와야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5.23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고 예방 차원의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본인은 물론 주변 가족들에게 일생 동안 심각한 트라우마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장수사회의 재앙일까. 고령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 소식은 해외에서도 들려온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교통사고를 냈다가 결국 면허증을 반납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영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96세 고령운전자가 사망 사고를 내기도 했다. 100세 시대의 그늘이라고 해야 할까? 경찰청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건수가 지난 5년 전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보다 합리적인 대책이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2017년 교통사고 사망자 35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가 일으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과거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다.

문제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 어르신들에 대한 각종 혜택이 일본과 같은 국가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간오지에 적용되는 100원 택시 제도와 같이 병원이나 공공기관 등 필수적으로 다녀야 하는 장소에 대해 교통편의 제공은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부 지자체가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유인책(주위나 흥미를 유발시켜 꾀어낼 계책이나 방책)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1998년부터 65세 이상 운전면허 자진반납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해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기간 연장) 때 인지기능(치매) 검사를 도입했다. 그런 덕인지 최근에는 연간 고령자 30만명 이상이 면허를 반납하고 있다.
 
96세 노인이 몰던 차량에 치여 31세 보행자가 사망했다. 사고를 낸 노인은 지난 2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 입구를 들이받은 뒤 후진하던 중에 보도를 걷던 행인(지나가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교통사고로 아내 (31)와 딸(3)을 잃은 30대 가장이 “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한순간에 잃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운전을 하지 않는 선택지도 생각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해 국민들을 울렸다.
 
87세 고령운전자가 야기한 사고였다. 평일 낮 큰길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운전자는 평소에도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영결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갑자기 잃어 절망하고 있다”면서“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운전하지 말아달라. 가족 중에 운전이 불안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가족 안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고령운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이 사고는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운전 과실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2일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70대 고령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고령운전자가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고령운전에 대한 문제가 크게 조명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로 8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2.3%에 달한다.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17.7%, 2017년 20.3%, 지난해 22.3%로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령운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운전을 못하게 할 수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에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해마다 늘어나는 고령운전자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현 상황에 따른 법규개선 등 제도적 장치는 물론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도 당장 마련돼야 할 과제다.
 
하지만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면 시야나 인지 및 반응, 상황 판단력이 떨어져 운전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고령자들의 마음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제도적인 보완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과 인정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위한 각종 교육이 따라야 한다. 노화(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충격은 과거 너끈히 할 수 있던 일을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지기능과 운동 반응속도는 떨어지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마음은 한결같다. 그렇다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자신감만으로 운전대를 잡기에는 본인은 물론이고 타인의 생명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고령운전자를 주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일본과 같이 실버마크를 부착하고 운전 시 배려하는 습관을 온 국민이 갖는 것이다. 일본은 실버마크를 붙인 차량 전방으로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위협운전을 하면 기본점수 1점을 감점하고 수십만 엔의 벌금을 내게 할 정도로 고령운전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금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도 시간이 지나면 고령운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때쯤에는 자율주행기술이 완성돼 자가 운전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누구나 마주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전체의 공익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