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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가위만 같은 날’을 기다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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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가위만 같은 날’을 기다려보며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9.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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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올 추석은 마음 편치 않은 뉴스가 그 어느 해 보다 많아 국민들의 마음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석을 앞두고,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 챙기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자유한국당은 귀성인사 대신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화두로 올렸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은 토요일마다 서울 광황문 촛불집회에 나서는 등 여여 정치권이 각자의 모습으로 추석민심을 챙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석 민심의 향방을 살펴본 여야는 연휴 마지막 날 각각 향후 정국 운영 구상을 알리기로 한 가운데 민주당은 야당의 공제를 정쟁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와 예산안 편성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며, 국민의 삶을 챙기는 데 더욱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규탄하면서 1인 시위와 장외집해를 병행하기로 했고,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추석 연휴 이후에도 토요일마다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치권의 양보 없는 주도권 다툼이 명절 후유증을 겪어야 하는 민심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발간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 2019년 3/4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의 급격한 감소가 올 성장흐름 악화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한 가운데 올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미·중 무역갈등의 격화와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주요 수출상대국들의 성장률 둔화, 반도체 및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상실 등 전반적인 교역조건 악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이 수출급감의 주요한 배경이라고 했다.
 
또, 극심한 투자(건설+설비)부진과 민간소비 둔화 역시 성장 전망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미 마이너스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설비투자는 어두운 수출전망 및 극심한 경기부진에 따른 증설유인 부족으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고, 건설투자는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과 추가적 규제조치에 기인, 둔화폭이 -4.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부진으로 명목임금상승률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소비심리의 지속적인 악화, 가계부채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자산가격 하락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직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 감소한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그 동안 내수부문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민간소비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원·달러환율의 경우 1175원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환율(1089원)에 비해 절하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총요소 생산성을 제고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2016~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기존 2.8%에서 2.7%로 낮춘 점에 대해서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도 자본의 기여도, 노동의 기여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총요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심각하다며 혁신성장, 미래 대비를 포함한 우리 경제 구조개혁, 체질 개선이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경제활력을 제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 구조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지난 12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제조업 약화 조짐을 보이는 등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내년 초까지 0.8%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 초 IMF가 우려했던 0.5% 감소보다 더욱 악화된 전망치라고 한다.
 
현재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1776(영조 52)∼1840년(헌종 6)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였던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 8월 중추(中秋)에 ‘팔월 추석 때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뜻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는 말이 있다.‘가위란 명칭은 신라에서 비롯됐다.

이 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하므로 민간에서는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며 이 같이 표현했다. 1571(선조 4)∼1637년(인조 15) 조선 중기의 문신 이안눌(李安訥)의 ‘동악선생집(東岳先生集)’ 권18에 ‘추석 달빛 아래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지었다’는 한시에서도 풍요로운 추석을 싯귀로 표현했다.
 
‘작년에는 보리농사도 벼농사도 망쳤으니 유랑하는 백성들 의지할 곳 없는 것이 불쌍하네. 가을걷이 풍성하여 이제야 집집마다 배부름을 알겠으니 달 밝은 데 자주 길가의 노래 소리를 듣네(去年無麥又無禾 坐憫流氓失撫摩 秋熟始知盧舍飽 月明頻 聽路衢歌)’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풍요로운 추석은 만백성의 즐거움의 표상이다. 정치·경제·안보·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어려운 요즘, ‘늘 한가위만 같은 날’을 기다려 본다.

최승필기자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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