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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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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자
  • 윤택훈기자
  • 승인 2019.12.0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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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마무리 하느라 요즘 망년회와 송년회로 일컬어지는 모임에 참석하느라고 발길이 분주한 사람들이 많다. 이때 망년회와 송년회의 차이점을 알아두면 각종 모임에서 더욱 뜻 깊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망년회는 '忘年會', 송년회는 '送年會'로 표기한다. 즉, 잊을 '망'(忘)을 쓰고 있는 '망년회(忘年會)'는 지난 한해를 모두 깡그리 잊어 버리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보낼'송'(送)을 쓰는 '송년회(送年會)'는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며 한해를 정리하고 보내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주로 망년회(忘年會)는 과거의 반성도 없이 모두 술로 잊어버리자는 의미로 많이 쓰고 있기때문에 최근에는 망년회(忘年會)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송년회(送年會)는 단어가 지난 한 해를 정리하자는 좋은 취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망년회(忘年會) 대신 송년회(送年會)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다. 연말이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서인지 흥청망청하던 송년회 문화가 눈에 띄게 건전한 풍속으로 변화하고 있다. 송년회의 문화는 사실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일본의 망년회의 풍습에서 전래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한 해의 노고를 잊는다는 뜻의 망년(忘年)으로 섣달그믐에 친지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가무로 흥청망청하는 세시풍속이 1400여년이 넘는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섣달그믐날에는 온 집안에 액운을 없애준다는 조왕신(祖王神)이 하강한다고 하여 경건하게 기다리며 보내는 송년 풍속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간 망년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와 단체모임이나 가족들마저 술을 마시면서 흥청망청하는 송년 풍속이 자리했다. 몇 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차분하게 송년을 맞며 새해를 준비하는 송년회 문화가 드문드문 이뤄져 오면서 다양한 행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람직한 변화는 소비성 모임에서 온정을 나누는 봉사문화로 송년 분위기가 확산해가고 있다는 현상이다. 직장동료끼리 송년 회식비를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이나 홀몸노인 등 불우 시설업소를 찾아 노력 봉사를 하는 직장 동아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비틀비틀 송년 회식 문화에서 운동이나 취미를 통한 문화 활동 중심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점심으로 송년 회식으로 대신하면서 소통하고 단결을 다짐하는 내실 추구의 송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동료들끼리 영화나 음악회 관람은 물론 취미활동으로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래보는 건전한 송년 문화가 몇 년 사이에 더 빠르게 정착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슬픔은 빼고, 기쁨은 더하고, 사랑은 곱하고, 행복은 나누는 것이 송년회의 참 의미가 아닐까 싶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일부러라도 이렇게 행동하면 그 인생이나 사회가 보다 풍요로워질 것 같다.

송년회라고 해서 거창한 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술을 마시고, 떠들고, 몸을 흔드는 것은 송년회가 아니어도 기회는 많이 있다. 연말에 생각나는 가슴 따뜻한 가족영화를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다정한 이웃끼리 감상하거나 음악회에 가고, 호숫가나 수변공원을 산책한 뒤 인근 수제 맥주집에 가서 한두 잔 마시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이다. 2020년은 꺾이는 해다. 5, 15, 20, 이런 꺾이는 해는 나라는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기대와 소망과 희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막연히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 작용과 노력에 의해 이뤄진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좀 더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흥청대는 일본의 망년 풍속보다 경건하게 지내는 우리 전통적 세시풍속이 보편적이다.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기업들의 불황이 송년 문화에 약간 영향이 미칠지 모르나 직장 등 모든 분야에서 바람직한 의식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음은 확실한 것 같다. 왜색(倭色) 망년에서 우리의 주체적 세시풍속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바람직한 변화다. 기해년(己亥年)을 떠나보내며, 송년회와 망년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봤다.

일제 잔재인 ‘망년회’는 이제 버리고, ‘송년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릴 것을 제언한다. 송년회는 누구에게나 빚진 것을 갚는 시간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다. 앞으로 사랑할 시간이 많으니 기회를 달라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간이다. 인연이 되어준 것을 감사하고, 배려해주어서 고맙고, 사랑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는 시간으로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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