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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외교 정치-경제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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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외교 정치-경제 분리해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7.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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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갈등 최고의 정점을 찍고 있다.‘수출통제 분야를 포함한 한일 간 신뢰관계 훼손’을 이유로 일본 통산성은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와 함께 국내 절차를 거쳐 8월 중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일본은 그동안 한번 수출허가를 받으면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승인대상국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을 지정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수출품목마다 매번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고 복잡한 절차와 승인 결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무역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에의 수입 수출의 근간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침착하게 항전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이해 기업들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 2년은 국내 정치 분야에서 진보적 개혁지상주의가 경제를 어렵게 하더니 올해는 진보적 외교·안보정책이 경제를 어렵게 할 것 같다. 모처럼 경제가 풀리나 했는데 최근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진보적 언급 및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의 주관 없는 뒷북치기 발언들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어 걱정이다.

외교부 장관은 독도와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대통령의 대일(對日) 초강경 발언을 외교적으로 수습하기는커녕 “외교부의 역량이 미치지 못할 때 대통령께서 명쾌한 지침을 주셔서 앞길을 가르쳐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외교전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방부 장관은 우리의 주적인 북한의 동맹국이자 십수 세기 동안 우리를 속국화하려 했던 중국에 추파를 보내며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경제 및 안보 역량에 대한 대통령과 참여정부 핵심 세력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력으로 든든해졌고 자위적 국방 역량도 곧 갖추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이 국민총생산의 수치 면에서 세계 11위에 이르렀다는 것이 곧 우리가 ‘10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경제 강국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11위의 경제력과 세계 5, 6위 경제력 사이의 격차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고, 다만 순위를 매기다 보니 우리가 11위에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월스트리트 음모론이 암시하듯이 미국 투자가들이 투자액의 20% 정도만 우리 증시에서 빼내면 곧바로 위태롭게 되는 연약한 존재다. 미국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만 취해도, 국제유가만 급상승해도, 미국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휘청거리는 ‘너무나 취약한’ 경제다.

우리의 국방이 자위 역량을 곧 갖춘다는 생각 또한 비현실적이다. 일본 독일 영국을 포함해 미국을 제외한 이 세상의 어느 나라도 자위적 국방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강국 일본과 핵폭탄을 보유한 유럽 국가들마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년간의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우리 경제는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 안보와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 공조가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줄었고 이것이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했다.

그 후에도 한미 공조에 금이 가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와 후방 배치를 서둘렀고, 이것이 막대한 정부 예산 소요를 유발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가 재정을 더 어렵게 했다. 4년 만에 모처럼 증가세로 돌아섰던 외국인 투자가 올해 들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독도와 교과서 문제로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이참에 뿌리를 뽑겠다는 실현성 없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적어도 대통령과 정부 차원에서는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 신중히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여정부 외교안보 정책이 이렇게 진보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 군사독재 시대에 핍박을 받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우리가 민주화된 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군사독재를 후원한 사악한 존재라는 반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미국이 공산독재로부터 우리를 구하고 오랜 기간 경제적 후원으로 지금 이만큼 먹고사는 데 도움을 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 그들은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별로 없는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보잘것없는 약자이며 강한 나라들과의 동맹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이러한 폐쇄적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 우리 외교·안보 정책은 자신의 진정한 역량을 알지 못한 채 오랜 친구들을 잃고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한미 간, 한일 간 경제교류를 해치고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취약한 우리 경제를 흔들까 봐 걱정이다.

아베 정부가 지난 1일에 우리나라를 겨냥하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예고한데 이어 7월 4일부터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하는 등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어 그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허둥대는 아마추어적 모습이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간 불편한 관계가 이제는 한일간 무역 갈등관계로 확산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파급력의 경제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가?
 
경영이나 상법(商法)은 병법(兵法)과 상통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병서인 육도삼략, 손자병법, 오자병법 등을 상법이나 경영학에 도입한 논문이 유행이고 유럽 또한 근대 군사 전략가인 크라우슈비츠와 리델 하트의 병법을 경영측면에 도입하여 체계화한 저술이 넘쳐난다고 한다.

필자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둘러싼 위기적 상황을 두 가지 역사적 사례와 비교해 기술하고자 한다. 전국시대에 위나라 임금 문후가 오자병법의 저자인 오자(吳子)에게 물었다. ‘진(秦)이 서쪽 국경을 넘보고 있고, 초(楚)가 남쪽에서, 조(趙)가 북쪽에서, 제(齊)가 동쪽에서, 연(燕)이 후방에서 우리 국경을 넘나드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오자(吳子)는 ‘그 나라들의 강점이나 장점과 맞대결해서는 백전백패이니 그 나라의 약점이나 허점 등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우리가 철저히 분석하고 그것을 가지고 찔러대는 요적지술을 써야 합니다’라고 명쾌히 답변한다. 가히 동양철학의 마키아벨리라 불 릴만 하다.

또 하나는 아베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정신기저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일본 전국시대를 실질적으로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의 사례이다. 어릴 때 ‘오와리의 얼간이’라 불리던 오다 노부나가가 10년에 걸쳐 오와리를 겨우 통일했을 무렵 밖으로부터 큰 위협이 닥쳤다.

도카이 지역의 대영주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대군을 이끌고 침공해 온 것이다. 당시 요시모토의 군대 숫자가 3만여 명에 가까운 대규모 군사였다고 하는데 수천명의 노부나가 군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마가와의 침공을 알리는 화급한 보고가 연이어 올라왔지만 노부나가는 급히 모여든 가신들에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이마가와군에 맞서 싸울 전략에 관한 이야기가 일체 없었고 노부나가는 무심한 듯 사소한 신변잡기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물러난 가신들은 이제 오다 가문이 멸망한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튿날 아침 일찍 모여든 군사들을 데리고 노부나가는 곧바로 출진했다. 얼마나 급히 출진했는지 부하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많은 군사에 취해 늦잠을 자던 이마가와 가문의 본진을 바로 기습하여 오케하자마 인근에서 이동 중인 요시모토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즐겨 얘기하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이번 아베 총리의 준비된 기습적인 경제보복 조치가 데쟈뷰되는 것은 왜 일까?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과거는 돌아가 살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살아가야할 또 하나의 현실이다. 이제 과거 프레임보다 미래 프레임으로 가야한다. 대한민국 안팎의 경제, 외교 상황을 재점검하고 거시적 전략과 미시적 전술을 새롭게 그려야 할 시점이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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