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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多黨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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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多黨制)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8.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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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요즘 들어 자주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선거의 다수결 원칙이 과연 민주적인가? 라고 자문도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무지몽매한 군중들의 중우(衆愚) 정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을 넘어 방종과 무절제가 판을 치는 당시의 그리스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플라톤은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이른바 4개의 덕, 즉 4 주덕(主德)이 이상적인 국가의 중요한 토대로 봤다. 절제할 줄 아는 자는 경제, 용기 있는 자는 군사, 지혜로운 자는 정치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지혜로운 자가 바로 철학자이며, 이들이 다스리는 철인(哲人) 정치를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정의된다. 하지만 요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체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이 됐다.
 
국회는 철저히 힘이 지배한다. 그 힘은 다름 아닌 의석수다. 의석수에 따라 1당, 2당, 3당이 결정된다. 국회직도 배분된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받고 당선됐다. 그러니 의석수가 많으면 총합도 커진다. 국회에서 목소리도 꼭 그만큼 비례한다. 불합리할망정 현행 국회법이 의석수를 따지는 배경이다. 20석은 교섭단체 지위를 가르는 냉정한 기준선이다. 현재 교섭단체는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이다. 이들 3당은 국회의사 일정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소수정당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하지만 현실 모르는 맹한 소리다.
 
총선(2020년 4월 15일)을 앞두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탈당해서 신공화당 창당을 언했고, 바른미래당 역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 정계개편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금의 다당제가 유지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다당제 실험은 어떻게 될까?
 
다당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다당제만이 다양한 의견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얘기다. 유럽 국가들과 같이 다당제가 정착된다면, 양당제 보다는 훨씬 다양한 의견이 제도에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의원 내각제 국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을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그냥 다당제만 있어서는 안 되고, 내각제라는 권력구조를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다당제를 하면서 내각제를 실시하면, 이른바 연정이라는 것을 통해 군소 정당들도 집권당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소수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제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연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당제가 유지되더라도 내각제만큼 다양한 의견이 제도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통령제 하에서는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정당은 대선을 전후로 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당제가 유지되기 힘든 환경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도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이합집산 할 가능성이 높다. 거대 정당이 군소 정당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은 경우가 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민주평화당의 경우, 호남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이 높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거나 호남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호남 지역에서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안정적일 수 없다. 이는 지난 대선 이전에 문재인 당시 후보가 호남에서의 지지를 얻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기억해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호남 지역은 언제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의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위험 분산이 최고의 대책이다. 즉 민주당이 평화당과 합당을 할 경우에는 한 몸이 되기 때문에 호남 지지율이 변화할 경우 고스란히 그 타격을 감내할 수밖에 없지만, 평화당을 그냥 밖에 존속하게 놔두고 대신 민주당이 필요할 때 평화당과 연대를 할 수만 있다면 위험 분산이라는 차원과 국정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범여권’이라는 단어를 계속 존속시키는 것이 여당의 입장에선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범여권’이라는 말은 정말 재미있는 단어다. 대통령제 하에서 여당이면 여당이고, 야당이면 야당이지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어쨌든 범여권이 존재하게끔 환경이 조성된다면 총선에서 여당과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혹은 선거 연대가 이루어지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지난번 재 보궐 선거와 마찬가지로 여야 간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현상’을 목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야당의 사전적 정의는 여당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그런데 총선에서 여당과 범여권의 선거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과연 이들 정당들을 야당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야당도 아닌 것이, 여당도 아닌 것이’라고 부를 만한 정당들이 존재하는 시스템을 과연 다당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년 총선은 두 가지 점에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선 지금의 정당의석 분포는 박근혜 탄핵 전의 민의가 반영돼 있다. 탄핵은 한국 헌정사에 중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탄핵 이후의 민의의 명시적 변화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구도의 변화를 통해 어떠한 정당들이 등장할 것이며, 의석분포에 따라 희미해진 개혁동력 부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둘째 지금의 정당구도는 정당 내의 불화와 갈등, 파편화된 다당제 등, 정치개혁 대상이다. 내년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와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서의 투명한 절차 등이 담보되느냐에 따라 정치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현실주의와 권력정치에 함몰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정합성 있는 제도화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등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위 가동이 본격화 된다. 직전 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으로 내정되고, 각 당의 출전 채비가 진행되고 있다. 오랜 논란을 가져온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여부가 그 핵심 사안의 하나다. 이는 다당제냐, 양당제냐의 선택을 가늠하게 된다.
 
정부수립이후 한 두 해를 빼고 70년 성상 동안 강력한 대통령제가 시행되어 오늘에 이른다.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대치 상황 중 강력한 통치력이 필요했다는 원인에 따름이다. 이기면 전부를 획득하는 것이 대통령체제의 골자다. 마땅히 무소불위 절대권력에 대적할 힘센 야당이 필요하게 된다. 양당제 전제를 의미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여러 군소정당 출현을 사실화한다. 사표를 방지하고 협치를 구동시키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강력한 야당 기능을 어렵게 한다. 집권당은 제 1 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과의 연정 혹은 연대를 손쉽게 수단화 한다. 지금의 여야를 상정하는 게 아니다. 항구적 여당은 없다.

선진국 중 우리와 유일하게 비교, 대입할 수 있는 순수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연방국가인 미국이 유일하다. 당연히 양당제가 안착되어 있다. 장마에 샌들착용과 대통령제하의 다당제 중 조화를 묻는다면, 전자를 택하겠다. 땡볕에 비옷착용과 대통령제하의 다당제에 대한 어색함을 묻는다면 후자가 더하다 답할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총선은 아마도 ‘다당제’ 하에서 치러질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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