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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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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 반드시 필요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8.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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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오는 7일 공포한 뒤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인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이트리스트’라고도 하는 ‘백색국가’는 일본이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로, ‘안전 보장 우호국’,이다.
 
일본은 이처럼 수출무역관리령을 통해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는 일본제품 수출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고, 특히, 무기 개발 등 일본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해 허가신청을 면제해주고 있다.
 
통상적으로, 해외 수출 제품은 안보문제 없이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개별적으로 심사해야 할 필요가 있으나 ‘백색국가’로 지정될 경우 절차와 수속에서 우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수출품 중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을 규제하는 것은 리스트(list) 규제와 캐치올(catch all) 규제로 나뉜다. 리스트 규제는 구체적인 규제 품목을 리스트로 만들어 규제하는 것이고, 캐치올 규제는 모든 품목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되었다는 것은 민감한 물품을 수출하기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까지 일본이 지정한 백색국가에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트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유럽 21개국이다. 또,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2개국,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2개국, 아르헨티나 등 남미 1개국, 지난 2004년 아사아 유일하게 지정된 한국 등 총 27개 국가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아시아국가로는 유일하게 백색구가로 지정됐던 우리나라는 지난달 4일부터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목록에서 제외, 수출규제에 나선 뒤 이달 2일부터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26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는 이유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했으나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뿐 구체적인 근거나 사례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캐치올 제도는 일본보다 훨씬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어 이 같은 일본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재래식 무기라 하더라도 수출할 경우 업체가 그 최종 용도와 사용자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반면, 일본의 외환 및 외국무역법과 수출무역관리령에는 이와 같은 보고 의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량살상무기 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캐치올 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재래식 무기를 제외하고 있는 일본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1100여 개의 전략물자 리스트 규제 품목 수출과 관련, 일반포괄허가에서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출기업이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사전 신고하고, 경제산업성의 점검을 거쳐 인증을 받는 등 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며, 비전략물자임에도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경우 캐치올 제도가 적용된다고 한다. 중국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의 설림훈(說林訓) 편에 ‘티가 있는 구슬’이라는 뜻의 ‘하옥(瑕玉)’이라는 말이 나온다. ‘쥐의 굴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굴을 막아 버리면 동네 대문을 모두 부수게 되고, 여드름을 짜다보면 뾰루지와 등창이 생기는 것은 마치 진주에 흠이 있거나 구슬에 티가 있는 경우 그대로 놓아두면 완전해질 것을 그 흠과 티를 제거하면 오히려 이지러뜨리고, 깨뜨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공연한 짓을 하면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한·일 양국 뿐 아니라 세계의 자유무역과 상호의존적 경제협력 체제를 위협하고, 한·미·일 안보 공조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다’며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겠다는 상응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한국으로부터의 일본의 수입액은 3조5000억 엔(39조3221억5000만 원) 규모이며, 비중이 큰 수입 품목은 석유제품과 철강,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으로, 우리나라의 조치로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일본 경제에도 큰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금융당국은 일본의 조치로 피해를 보는 기업의 기존 대출·보증금의 만기를 연장하고, 최대 6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고, 소재·부품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금 20조원도 투입한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소재·부품·장비사업의 자립화를 포함한 32개 사업에 4935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집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아베 규탄 촛불집회를 주말마다 열고 있는 시민단체 680여 곳이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해 규탄하고,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와 2015년 한일 위안부협상 당시 피해자 지원재단 기금으로 출연됐던 10억 엔 반환을 요구하는 등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소재·부품산업을 적극 육성, 특정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

최승필기자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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