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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21] 인적쇄신,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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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21] 인적쇄신,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도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9.11.06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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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이념이나 진영정치로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조류에 맞는 정치권의 인적쇄신이 절실하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표창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의 물갈이에 불을 지폈다.

불출마의 이유로 이 의원은 ‘정치의 한심한 꼴이 많이 부끄러웠다’고 했고, 표 의원은 ‘사상 최악의 국회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창피하다’다는 말도 했고, ‘참회 하겠다’고도 했다.

이들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지켜보면서 “정치인도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아는 구나”는 하는 마음에 새삼 놀라웠다. ‘저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구나’ 하는 뒤 늦은 깨달음이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그들이야 공익을 위한 국민의 대변자라고 생각하겠지만)의 ‘모습은 인간일지언정 인성이 모조리 실종된 부류의 생명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그들도 어쩌면 우리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고함과 저급한 막말을 마치 영웅이나 된 듯이 소리소리 질러대고, 속이 뻔히 보이는 계산된 말을 명분이랍시고 지껄이는 모습이 전부였던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0대 국회는 정치적 가치와 소신은 실종되고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맹목적인 옹호나 반대가 전부였던 국회였다. 국회가 ‘무용’에 그치지 않고 ‘해악’의 평가를 받으며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부끄러움은 그들의 몫이 아닌 국민의 몫이었다.   

‘정작 신사의 품격을 갖춰야 할 상황에선(야당을 향해) 전사처럼 싸우고 소리를 질렀고, 전사의 용맹함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선(당내에서) 소신발언을 하지 못하고 신사의 품격만 내세워 뒤로 물러난 것이 아닌지 갈등이 많았다’는 표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이유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진솔한 자기고백쯤으로 읽힌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들 스스로를 위해서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존중이나 존경은 받지 못할망정 최소한 보통사람의 대접은 받아야 한다.

최악의 낙제점을 받은 여야가 인물 쇄신경쟁과 함께 총선기획단을 발족시키는 등 일제히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본격적인 준비태세에 들어가고 있다.

이미 총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한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12월9일)이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도 구성, 인재영입위원회도 함께 가동할 계획이다. 예전 총선보다 3개월가량 빠른 시점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등 다선 중진의원과 초선 의원 등 대략 15명 정도가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연말까지 진행되는 현역 국회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배제할 경우 전체의원의 4분의 1이 넘는 40여명이 물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물의 영입이 생각보다 크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도 인재영입과 함께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총선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한국당은 인적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재영입 1호의 전 박찬주 대장의 첫 단추가 꼬이면서 당내 반발과 함께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역량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반문 인사’ 영입에 중심을 둔 탓이다.

추가 영입을 지켜보아야겠지만 이러한 한풀이식 인물 영입으로는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당에서는 이른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저지에 앞장선 의원들에게 총선 가산점까지 주겠다는 발상까지 나온 데다 민주당과 달리 부끄러움이나 책임감을 토로하는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인적쇄신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에 맹목적 충성하거나 구시대적 이념에 얽매인 인사들로 내년 총선에 나선다면 21대 국회도 20대국회의 도돌이표가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이념이나 진영정치로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조류에 맞는 정치권의 인적쇄신이 절실하다.

낡은 이념과 패거리 싸움에 매몰된 인물들을 정리하고 대신 젊고 유능한 인재들로 인적쇄신을 이뤄야 한다. 이는 시대의 요구이자 국민들의 엄중한 명령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20대 국회를 보면서 절망하고 있다.

국회가 더 이상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도 영입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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