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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유치인 무치법(有治人 無治法)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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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유치인 무치법(有治人 無治法)의 가르침
  • 최승필기자
  • 승인 2019.11.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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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 9일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맞았다.
 
그 동안의 2년 반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해 온 시간이었다고 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인 3무 정부 시간’이었다며 ‘낙제점’ 또는 ‘최악의 성적표’라고 비판했다.
 
또, 바른미래당은 갈등 치유해야 할 정권이 오히려 갈등을 만들었다며 ‘더 이상 뜬구름만 잡는 정부는 안된다’고 했고,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에서도 사회 곳곳에서 적폐를 몰아냈고 개혁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고 평가했으나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부패방지 관련 기관 장관과 관계 장관 등 33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권력 기관 개혁에서 시작해 생활 적폐에 이르기까지 반부패 정책의 범위를 넓혀 왔다”며 “권력 기관 개혁은 이제 마지막 관문인 법제화 단계가 남았다. 공수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로 한 발 더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고, 국민 삶 속의 생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로 확대 개편하는 것은 부패를 바로 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의 가치를 뿌리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법무부는 공정한 형사사법절차를 보장하고, 사법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법조계의 전관특혜’를 근절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검찰, 대한변협, 학계에서 추천된 위원으로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TF’를 구성, 새로운 규제방안은 물론, 현행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입법과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TF에서는 단기적으로, 법원에서 시행중인 ‘연고관계 변호사 회피·재배당절차’를 검찰수사 단계에 도입하고, 전관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의 적정처리 여부에 대한 점검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또, 인사혁신처는 고위공직자의 전관특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여전한 상황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엄격한 취업심사와 함께 재취업 이후 퇴직자 행위에 대한 상시 관리체계를 확립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법 개정이 필요 없는 고위공직자 재취업 시 엄정 심사, 퇴직자 대상 홍보 강화 등은 최대한 신속히 시행할 계획이다.
 
안전·방산·사학 등 민관유착 우려 분야로의 취업제한기관 확대, 퇴직자의 직무 관련 청탁·알선에 대해 누구든 신고 가능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 10월31일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개정취지에 맞게 하위법령 정비를 신속히 해나갈 예정이다.
 
행위제한 위반자에 대한 해임요구, 행위제한 신고센터 개설, 윤리위원회 민간위원 증원 등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교육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입제도를 개선하는 일과 함께 사교육 시장을 통해 입시제도가 불공정하게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 국세청 등과 공동으로, ‘입시학원 등 특별점검 협의회’를 구성, 입시학원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채용비리 단속 강화 및 공정채용 제도 개선·보완 등을 통해 공공부문부터 공정채용 문화를 확립, 이를 민간부문까지 확산하기로 했다.

공공부문부터 친인척 채용비리 관리 강화, 공공기관 정기 전수조사 등을 통해 채용비리를 방지하고, 능력중심 채용 문화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블라인드 채용의 이행력을 높이며, 취업준비생과 공공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개혁과 관련, “국민들이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더 높은 민주주의, 더 높은 공정, 더 높은 투명성, 더 높은 인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주나라 말기 전국시대의 유물론적 경향의 유가(儒家)인 순자(荀子)의 군도(君道) 편에 예(禮)와 법(法)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군주가 행해야 할 도리에 대해 ‘나라를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어지러운 나라는 없으며,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스리는 법은 없다’고 했다.
 
또, ‘법이란 다스림의 끝이요, 군자(君子)는 법의 근원이다. 따라서 군자가 있으면 법이 비록 미비하더라도 두루 미치기에 충분하지만 군자가 없으면 법이 비록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 시행이 잘못되고 일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나라가 어지러워지기 십상이다’라고 했다.
 
대표적인 법가(法家)의 한 사람인 전국시대의 상앙은 강력한 법치(法治)를 실시, 진(秦)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한을 사면서 실각했고, 결국에는 자신이 만든 법에 자신이 죽게 됐다고 한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유가(儒家)에서는 이 같은 법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仁)과 덕(德)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치인 무치법(有治人 無治法)’은 올바른 정치는 잘 구비된 법보다는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말로, 법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한들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올바르지 않다면 제대로 운용될 수 없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년 반 만에 반 토막이 났고, ‘조국사태’는 정의와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던 현 정부에 큰 상처를 남긴 채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앞으로 남은 2년 반의 임기가 ‘유치인 무치법’의 가르침으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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