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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에 대한 단상(慈雨와 喜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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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에 대한 단상(慈雨와 喜雨)
  • 철원/ 지명복기자
  • 승인 2017.07.06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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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철원지사 내 고향 물 해설가)박종민 차장>

단비가 왔다. 에서 단비의 사전적 의미는 꼭 필요한 때에 적당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그러니까 엊그제 내린 비를 두고 단비가 내렸다는 말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오랜 가뭄에 애를 태웠던 비가 내렸고 흡족할 만큼의 양은 아니어도 타들어가던 농작물은 숨통이 트였으니 꼭 필요한 때에 단비 내렸다. 

덩달아 한탄강이 제 기능을 다해 방문객도 늘어나 주변지역 상경기도 생기가 돈다. 적정량은 아니어도 단비 아닌 단비가 왔기 때문이다. 옛 부터 가뭄이 들면 조정과 백관은 정갈한 마음으로 제단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과학문명이 비웃을지 몰라도 이 같은 기우제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유형의 문화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농업 중심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가뭄이 지속되면 조정에서는 임금이, 지방관서에서는 수령이 제단에 나와 제를 올렸다.  

흉흉해진 민심을 살피고 사직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이었으리라. 또 조정에서는 금주령과 죄인을 석방하는 등 처방을 내렸다. 20세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진 현대사회에선 이해 할 수 없지만 나라의 태평성대와 흥망성쇠가 하늘의 조화라는 유교적인 관습에 따라 조정에서는 임금이 부덕하고 지방관서는 수령의 보살핌이 모자라 몸소 기우제를 지낸 것이다.  

최근 들어 가뭄과 장마 등 이상기후가 국민적 관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조선시대에도 기상재해로 인해 전염병이 돌고 흉작이 만연했다는 기록이 곳곳에 남아있으니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인간사회에 기생하는 자연재해라 하겠다.  

엊그제 가뭄이 심해 몸살을 앓던 도처의 각급기관 단체장은 약속이나 한 듯 가뭄현장을 찾아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터에 홍성군에서 기우제를 올렸다는 기사가 실렸다. 

가뭄이 지속되자 지난 2일에 이어 관내 주요기관단체장 협의회까지 나서 16일 백월산에서 기우제를 올린 것이다. 정성껏 마련한 과일과 음식을 백월산 제단에 올려놓고 타들어 가는 논과 밭을 바라만 봐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하늘에 전하는 행사였다.  

때마침 엊그제는 우리고장에 단비가 내렸다. 주말오후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충분치는 못했지만 고사 직전의 농작물을 살렸다. 이런 때를 가뭄에 단비가 왔다고 표현하는데 과거엔 이런 때를 자우(慈雨) 또는 희우(喜雨)라고 기록했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도 7월6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를 인용한다. 鐵原地方에 慈雨라는 제목의 기사는 「철원지방은 두 달 동안이나 가뭄이 계속하야 건답의 대부분은 이앙을 못하였을 뿐 더러 모든 작물들은 거의 고사 지경에 있더니 4일 새벽부터 약 2시간가량의 강우가 있으므로 극도로 초조하던 일반농가의 근심은 다수 사라졌다.  

그러나 우량의 밭에는 흡족하나 건답에는 아직도 부족하다.」라고 보도했고 같은 날 실린 옆면에 기사도 희우소식(喜雨消息)을 보도했다. 

다음 주엔 ~ 비 피해 대비해야 ~

많이 오면 홍수피해, 적게 오면 가뭄피해라는 수식을 동반하는 것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속성이다. 엊그제 내린 단비가 고맙기는 해도 농어촌공사 철원지사가 관할하는 8개 저수지의 저수량을 채우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워낙 가뭄이 심했기 때문인데 민통선 내에서 800여 ha를 관개하는 동송저수지(일명 강산저수지)의 저수량은 금일 현재 15%밖에 남지 않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다음 주엔 본격적인 장마기에 접어든다니 고갈된 저수지를 채우고 말라붙은 용수로에 물길이 뻗힐 것이 예상되지만 불필요한 홍수 등 풍·수해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는 막을 수 없지만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은 하나 우기 전 위험요소에 대한 사전 점검과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늘이 조화를 부려 적정량의 비를 내려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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