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트 태생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35~1790)는 유럽 각지를 여행한 후 7년간 자신의 서재에서 ‘국가들 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고찰’을 집필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부론>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 국부론을 통해서 국가의 부는 ‘금과 은‘이 아니라 생산능력과 소비능력‘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소비도 미덕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경계를 두고 있는 우리 고성군에는 군부대가 참 많다. 사단과 훈련소, 여단규모의 병력을 감안하면 많은 수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지역 군인은 단순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이 아니다. 군인들의 소비가 지역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얼마 전 군 적폐청산위원회에서 국방부에 권고한 ‘병사들의 외출 외박 구역 제한제도’를 폐지하려는 보도기사가 나오자 접경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까닭이 바로 이와 같은 맥락인 것이다.
올해 국군 병사의 월 급여는 이병 30만6000원, 병장 40만6000원인데 2020년에는 이병 40만6000원, 병장 54만1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국방부, 기획재정부는 22일 청년 병사들이 전역 후에 취업준비나 학업 등에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는 것을 돕기 위해 국군 병사 적금 상품을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는 목돈마련 적금의 월 적립 한도액을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리고, 내년 1월부터는 우대금리(현재 5.0%)에 더해 1%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더 주고 이자소득세도 면제해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병사가 전역을 할 때 목돈을 쥐어져서 자립갱생의 길을 돕는다는 방안이다. 온 국민이 박수칠 참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 말 병사들의 봉급이 많이 오른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외출·외박 시 더 많은 소비가 이루어져 지역경제에 큰 효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올해 들어 강원도와 접경 군이 주관이 되어 병사들의 바가지 없는 외출·외박을 위해 기관별 합동 지도단속을 강화 할 뿐만 아니라 접경지역 군 모두가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병사들이 외출·외박 시 보다 편리하고 안락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설개선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접경지역 경제회생에 군인들의 소비가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 기대심리와는 달리 접경지역의 소비 주체인 병사들의 적금 상품을 고리로 올리면 소비는커녕 병사들 대부분이 본 적금에 가입해서 소비가 둔화되어 접경지역 경제가 더욱 피폐해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병사들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라 하겠지만 가정에서의 윤택함과 영내에도 꽤 많은 위락시설이 갖춰져 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역 시 목돈이라는 달콤함에 빠져서 외출·외박 자제는 물론 소비 둔화가 무척 걱정되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는 21개월 정도이다. 인생에 단 한번 있는 것이다. 접경지역에서 적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평일에는 산하를 누비며 전투력을 강화하고, 주말에는 지역에 펼쳐진 오천년 역사의 문화를 익히며 그 지역 특성의 음식 등을 맛봄으로서 호연지기를 완성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이 시기에 전역 시 목돈마련 이라는 멍에를 씌우는 것은 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을 육성함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고 본다. 도리어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월 급여 모두를 그 지역을 위해서 모두 소비하게 하자. 접경지역 병사들의 인위적 지출로 인하여 식당 아주머니와 구멍가게 아저씨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보자. 진정한 민·군·관이 하나 되게 해 보자. 전역 시에는 국가가 별도로 ‘전역 축하 금’을 마련해 보자.
소비는 아름답고 갸륵한 덕행이라 했다. 접경지역 젊은이들에게 이 덕행을 실천하게 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