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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가을태풍이 남기고 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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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가을태풍이 남기고 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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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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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정 한국농어촌공사 고흥지사장

얼마 전 세계 유명사전인 영국 옥스퍼드의 영어사전이 ‘기후비상’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올 한해만도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우리 또한 실감했다. 수확기를 앞둔 9월에만 세 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났다. 거센 바람에 많은 비까지 내리면서 농민들 마음도 비바람을 맞은 농작물처럼 멍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렇게 수확기를 앞둔 9월에 많은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난 것은 근대기상 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후 115년만의 일이라 하니 자주 일어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에 맞는 준비도 부족했겠으나 그 원인을 찾아보면 대비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큰 범주의 일이기도 하다.

태풍이 이렇게 잦아지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지구온난화다.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 온도 측정 자료를 봐도 동해 온도가 27도에서 29도 정도로 이는 평년보다 0.5 ~1도 높은 수치다. 태풍은 고온의 바닷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발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수온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서 태풍 발생가능성 우려도 높다.

특히나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에서 태풍이 발생하고 며칠 만에 바로 올라오면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 115년 만에 갑자기 자주 일어나는 가을 태풍이라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런 급작스런 위기상황에 대응하고 관리하는 일의 가장 최적은 ‘준비’다. 위기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 놓아야만 곧바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태풍을 대비하고 점검했듯이 올해 고흥지사에서도 태풍대비를 위한 안전점검을 꼼꼼하게 진행했다. 지사가 관리하고 있는 농업기반시설물 저수지 47개, 양배수장 45개, 공사사업현장 21개소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태풍 북상 이후에는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섰다. 그러나, 올해 드세게 찾아온 가을 태풍은 우리에게 또 다른 생각거리를 주었다.

우리 농업의 역사만큼의 세월을 따라 노후된 수리시설물의 보수와 점검이 그것이다. 실제 한국농어촌공사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농업생산기반시설 8,723개소에 대한 안전 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왔다. 거기에 2013년부터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시설에 609개소에 대해서도 긴급점검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무상 점검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전진단이 필요한 시설물은 많다. 한정된 예산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재난 발생 시 피해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시설 위주로 개보수가 진행된다. 갑자기 찾아온 세 번의 가을 태풍은, 가능성을 따지면 당연히 준비하지 못하고 무방비상태로 위기상황을 맞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주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이상기후 현상들은 안전에 관해서는 예측하지 못해서 놓쳐버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농어촌의 안전은 농어민 뿐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농어촌은 농작물 생산 기능을 넘어, 생태계 보전 등의 환경적 가치와 같은 사회적 역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농업기반시설물을 보수하고 정비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우리는 지금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아직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을 때, 바로 지금이 준비할 때다. 이를 위해서 관련기관 뿐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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