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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울타리, 피해자전담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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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울타리, 피해자전담경찰관
  • 유태정 경기 고양 일산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 경
  • 승인 2018.09.1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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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잘 지내시죠? 매달 보내주시는 장학금으로 피아노 학원 다니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급수시험 보러갔었는데 합격했어요. 사랑해요!!” 이틀 전 문자 한 통이 왔다. 기억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평 작은 집에서 성폭행으로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는 한 소녀와 불신의 눈빛으로 가득 찬 보호자 老祖母가 나를 맞이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며 첫 만남을 가진 후 지속적인 상담, 화이트데이, 명절방문, 행복드림캠프 참석, 장학금 지원 등 3년 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얼마 전 웃음 가득한 소녀와 연신 감사하다며 손을 잡는 할머니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2015년 ‘피해자 보호의 원년’으로 선언과 함께 전국 각 경찰서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이 배치된 후 3년 넘게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3년이 지난 2018년 현재 국가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880억원 중 경찰 예산이 1.4%인 11억여원에 불과하고, 전국 298명 전담경찰관 중 123명만 정원이 확보되는 등 예산과 인력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피해자전담경찰관은 6,675명 신변보호(17년 기준) 및 223곳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 마련 등 지자체와 유관기관과 협업으로 경제, 심리, 법률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왔다.


특히, 지난 4월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통하여 범죄피해자 보호가 경찰의 기본 책무로 규정됨으로써 범죄예방과 검거에 초점을 맞추던 경찰업무가 그간 소외ehoT던 피해자 회복 중심의 경찰업무로의 변화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는 경찰활동 전반 걸쳐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토대로 적절한 예산과 인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피해자의 아픔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그 아픔이 점점 희석되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시간은 한 달, 일 년, 혹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사건 초기 피해자전담경찰관과 라포 형성은 중요하며, 이를 위하여 피해자와 전담경찰관의 신뢰 관계가 단기간에 깨지지 않게끔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피해자보호가 경찰의 기본업무로 법제화된 것과 같이 경찰 예산과 정원도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피해 발생부터 일상생활 복귀까지 3년 혹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범죄피해자와 전담경찰관이 함께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피해자의 그 말 한마디가 작지만 내실 있는 지원과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감동이 밀려온다. 앞으로도 피해자를 세심히 살피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 거듭나길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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