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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1분간의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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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1분간의 추모
  • 승인 2018.11.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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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과장 이희경

 

 

 

 

2015년 5월 24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에 있는 호국의 다리에서 65년만의 사후 재회가 이루어졌다. 그 주인

 

공은 바로 6.25전쟁 중 낙동강 전투에 참여했다가 실종된 미국 참전용사 제임스 엘리엇 중위와 그의 아내 알딘 엘리엇 블랙스톤이다. 제임스 엘리엇 중위는 29세때 부인과 어린 자녀를 두고 1950년 6.25전쟁에 참여하였고, 같은 해 8월 27일 낙동강 전투 당시 야간 경계근무를 나간 뒤 실종되었다.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던 알딘 엘리엇 블랙스톤이 세상을 떠나자 자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골을 아버지가 잠들어 있을 낙동강에 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6.25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떠났던 아버지와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은 어머니는 그들의 자녀에 의해 극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6.25전쟁에는 우리 국군뿐 아니라 위의 사연에서 알 수 있듯 타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참전하여 함께 싸웠다.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한민국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대한민국을 위해 낮선 이국땅에 청춘을 바친 유엔군 참전용사들. 22개국에서 파병된 UN군 참전용사 중 4만여명이 전쟁 중 전사했으며, 그들 중 일부인 2,300여명은 우리나라 부산의 UN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UN기념공원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UN군 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이곳에 잠들어 있는 UN군 전사자 한명 한명마다 나름대로 위와 같은 구구절절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타국땅에 묻혀 있는 관계로 찾는 이도 많지 않을 그들. 전쟁의 공포 가운에 삶을 마감하고 죽은 후에도 쓸쓸함과 외로움 속에 영면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다.

 

 

11월 11일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는 바로 이러한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마음’들이 결집되어 탄생한 행사이다. 2007년부터 매년 이날 부산에 잠들어 있는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추모식이 이뤄졌지만 여태 빼빼로데이, 가래떡 데이 등 상업적 기념일에 묻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작 가장 기본적으로 기념하고 추모할 것을 놓치고 있던게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빼빼로와 가래떡도 UN군과 우리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과연 맛볼 수 있는 것이었는지. 11월 11일에 만나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의 뒤에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후세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마지 않았던 어떤 분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있으면 안 되겠다.

그들은 추모하는 데에 많은 시간도 필요치 않다. 11월 11일 11시 딱 1분간 묵념이면 된다. 즐기고 누리는 것에 익숙한 자신을 되돌아 보고 과연 이 행복이 어디에서 왔는가 생각해보는 가치있는 1분을 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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