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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와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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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와 4차 산업혁명
  • 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 승인 2017.05.0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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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여기에 취업, 집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한발 더 나가 인간관계, 취미생활까지 포기한 칠포세대, 그리고 결국은 모든 것을 포기한 절망적인 N포세대.


2017년 5월,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이런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명 ‘한강의 기적’을 일군 역동적인 나라의 후손들이 100년도 되지 않아 절망을 부르짖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뛰는 전세값을 몇 년간 허리띠 졸라매면 감당할 수 있는, 강남학원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동네학원이라도 보낼 수 있는, 대학생 자녀들이 학자금 대출로 연체자가 되지 않을 정도인, 친지와 친구, 선후배와 소주 한잔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명절날 어르신들에게 작은 감사의 정이라도 표할 수 있는, 이 정도의 일자리를 바라는 것이 사치요 불가능하다면 이들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선거로 들썩이고 있다. 유력대선후보들 모두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으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념적인 차이에서 오는 정책의 차별성은 있으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민간기업에게 고용을 독려 내지는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고용절벽에 대한 원인분석이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일자리 부족문제 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왜 부족한지에 대한 냉철한 원인 분석이 전제되어야 해법이 있을 것인데 원인에 대한 대안제시도 성찰도 없이 공무원 확충, 수당지급 등 돈 풀어 실업자 구제 하겠다는 것으로 들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사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가 도래 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이다. 정치권의 성급한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목표 하에 IMF의 권고안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이행한, 아니 그 이상을 수행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외국인투자자 지분제한 완화와 함께 고용시장 유연화라는 명목 하에 계약직, 임시직, 파견직 등 각종 노동시장 개방정책이 시행되었고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분사, 하도급 등 본격적인 노동시장 양극화의 서막이 열렸으며 임금체계는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상여금은 성과급으로 전환되는 등 단군이래 최대의 노동시장 변혁이 일어난 시기였다.     


이후부터 ‘이웃소싱’, ‘다운사이징’, ‘벤치마킹’ 등 첨단 경영기법이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는 등 고용시장 불안정이 심화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오늘날  ‘공시족’을 탄생시킨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조조정에 맞서 대기업 노조들은 ‘파업불사’를 외치며 저항하였고 그 결과 노·사간에는 보이지 않는 협력관계가 형성, 지금의 귀족노조 탄생을 가져왔으며 ‘일자리 나누기’, ‘노동시간 단축’ 등 민감한 자기 밥그릇 문제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법 없이는 결코 늘어날 수 없음을 대선주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국가리더의 자세가 아닐 뿐 아니라 포퓰리즘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양질의 일자리’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구글의 ‘무인자동차’ 실험주행에 이르면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변해간다.


‘융합과 연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선두주가 되려면 제조업과 IT기반 인프라가 필수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이 두가지 조건에서 셰계 최상위권 수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4차 산업 경쟁력 평가에서 25위 정도로 정도인 것은 소프트웨어분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즉 창의적인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빅테이터 등 4차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가려면 창의적인 이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금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대입시험, 로스쿨, 각종 고시, 공무원 시험 등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인재를 선발하는 시험제도가  지금과 같은 암기식 시험으로 계속된다면 지금의 N포세대외 그 이후의 세대는 인공지능의 뛰어난 암기력과 기억력에 백전백패, 영원한 실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변호사, 회계사, 경리, 운전사, 여행가이드, 식당종업원, 공장근로자, 심지어 소방관, 군인까지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생각보다 일찍 올 수 도 있다.


1990년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인 지멘스가 독일 암베르크에 새운 부품공장은 2015년 생산대수 8배 , 부품종류 5배 증가, 백만개당 결함도 5백 5십여 개에서 12개로 현저히 줄었으나 직원은 천여 명 그대로이다.


생산 설비가 추가된 것도 아니었지만 부품업체, 조립공장, 물류부문, 판매회사, 공장 내 생산 장비와 부품 등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어 '제품들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손상은 없는지?'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제어가 가능하여 생산성의 획기적인 개선이 일어났다. 고용증가는 0%인데도 말이다.


이런 경우라면 자동차 생산라인도 사물인터넷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주문을 받아서 기계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며 물론 고용 없이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추세는 향후 더욱더 거세질 것이고 암기식 교육으로 무장한 세대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인공지능세대가 어떤 세대가 불리울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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