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평등, 공정, 정의 그리고 위장전입
상태바
평등, 공정, 정의 그리고 위장전입
  • 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 승인 2017.06.07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정운영 원칙이다.


공시족, 취준생, 칠포세대 등 청년 실업자에겐 희망의 메시지로,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에겐 감동의 울림으로 다가온 한마디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고위직 청문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위장전입 논란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을 보면 대통령의 감동적인 울림이 화려한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부동산 투기가 아닌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이해할만하다는 인식에 대해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 가 없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평등한 것인가.


대한민국의 일반 서민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싶어도 능력이 되지 않는다.


전세든 월세든 집 두 채를 소유할 경제적 능력이 없고, 교장선생님이나 학교재단과 같은 힘 있는 이들에게 부탁할 인맥도 없다.


입학규정을 불법, 편법을 통해 어기면서까지 다른 이의 기회를 빼앗아간 것이 과연 평등한지 이 사회의 리더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자녀를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힘 있고 능력 있는 부모들을 바라보는 우리네 서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해할 수 있다’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공정한 것인가.


명문고 진학하여 사교육으로 무장하고 명문대 입학한 뒤 로스쿨이나 대기업, 공기업 등에 취업 그리고 결혼, 이것이 일부 능력 있는 부모들의 안정적인 자녀 인생설계 과정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학군으로 이사 가서 명문학원에서 수강시킬 능력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어학연수나, 해외여행 등 다양한 스펙을 갖추어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능력있는 이들이 현행법을 어기면서 위장전입까지 시도하는 것이 자녀를 위해서라고 강변한다면 이것은 너무나도 불공평하고 불공정 한 것 아닌가.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정의로운 것인가.


2011년 출판계를 강타한 “정의란 무엇인가”을 저술한 마이클샌델 하버대교수에게 위장전입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우수한 선생님, 우수한 교육환경이 갖추어진 A학교와 평범한 선생님과 교육환경을 갖춘 B학교가 있습니다. A학교를 가고 싶으나 지금 거주지에선 불가능하여 이사 가고 싶으나 이 집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소지만 A학교지역으로 옮기려 합니다. 현행법상 불법이나 아이를 위해 고난의 결단의 하려 합니다.”


 마이클샌델 교수의 접근법으로 말한다면 이렇게 되묻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에는 초·중·고 학교지원이 지역적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실제 거주지역에 있는 학교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미국도 그러하지만 명문대를 졸업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니 교육환경이 우수하여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명문학교로의 입학을 위해 현행법을 위반하며 위장전입 한 C교수의 시도가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요. 그리고 위장전입을 시도하여 성공한 C교수가 고위공직자가 되려한다면 이거 또한 정의로운 것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의는 어떤 것 인가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명시된 위법행위로, 적발된 경우 사유와 관계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2017년 6월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위장전입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혹시라도 1980년대 강남개발 시대에 명문고의 강남이전으로 시작된 위장전입의 역사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당사자들의 위장전입 성공신화 경험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보다 더한 시대착오적인 일도 없다.


학력세습이 부의 양극화와 부의 세습을 가져오는 원인 중 하나임을 안다면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야 말로 가진 자들의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정의롭지 못한 대표적인 구시대의 악습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진보정권에서조차 불공정의 대표사례인 위장전입이 묵인된다면 이제 더 이상 평등, 공정, 정의를 강조해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