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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없는 선언은 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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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없는 선언은 위선이다
  • 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 승인 2018.10.2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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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작년 5월 문재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정철학으로 많은 국민들이 감동받았던 내용이다.


혹자는 말한다. ‘고금을 망라하여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선언은 불공정과 정의롭지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노력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니컬한 독설도 진보·보수을 떠나 대통령의 결연한 선언에 빽 없고 돈 없는 사회 약자들의 기대감마저 꺽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떨까.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임명직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 논문표절과 같은 불공정한 행태에도 꿋꿋하게 임명하는 대통령의 뚝심과 이를 옹호하기 급급한 여당, ‘콩으로 메주 쑨다’라고 해도 믿는 이 없는 무력한 야당, 그래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 자락 희망 끈을 놓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니 누구보다 국민의 무서움을 알 것이고 촛불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낀 운동권 출신 정권이니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공정할 것 이라는 기대감마저 차마 내려놓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지금 우리사회는 공정해 지고 있나요’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요구한 대입입시 학종 축소 요구에 요지부동이던 교육부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태로 대입입시제도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는데도 후속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석하야 할까. 시험 지상주의 매몰된 수능입시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학종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학종이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과 대안을 정부가 직접 수립해야 한다.


수십만 입시생들이 불공정한 대입제도라고 재검토를 요구하는데도 교육부가 이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상한 위원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강남부동산 잡는다고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신도시 조성 등 수도권 집중정책을 가속화하는 국토부의 정책방향도 이해할 수 없다.


수차례 나온 부동산 대책에서 국가균형발전을 담당해야 할 국토부의 기본 소임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강남부동산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고 강남부자와 국토부 싸움에 죽어나는 것은 지방과 집 없는 서민이라는 자조를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언론과 연구기관에서 심각하게 지방해체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를 날리지만 정부는 오로지 강남 부동산 잡기에만 전념하고 있을 뿐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에 대한 고민도 계획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기회균등 원칙이 무시되는 적폐를 외면하는 것이다. 


수년간 횡행해온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관행으로 취업기회를 빼앗긴 청년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정부, 국회, 시민단체의 침묵의 카르텔 앞에서 ‘기회는 평등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귀족노조의 고용세습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노동고용부 장관의 립서비스만 있을 뿐 입법과 같은 실효적 방지정책은 감감소식이다. 이러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대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 사태의 단초가 된 비정규직 정규화 문제는 배분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에 백번 찬성한다.


허나 공정한 채용기준이나 엄격한 직무적합성 기준도 없이 전환이 이루어진 점, 노조가 실태조사에 비협조적 내지는 방해한 점,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면서 서울시와 정부여당이 자체조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점 등은 오히려 전 공공기관의 채용 공정성을 의심받는 단초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는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의 배분에서도 적용된다’고 강조한다. 즉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권리뿐만 아니라 모든 전환절차의 공정성 담보라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귀족노조의 고용세습에 이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은 청년실업 10% 시대의 취준생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절망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진보진영이 지금껏 주장해온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는 기회의 균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공정사회에 필요한 제1의 가치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명확한 절차와 기준이 없다면 또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신적폐’의 시작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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