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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위험한 발언 삼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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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위험한 발언 삼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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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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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에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로 계획했으나 막대한 인명피해 때문에 선제타격 논의를 접었다는 사실이 기밀이 해제된 문건을 통해 재확인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에서 드러난 주요 인사들의 발언, 정부기관의 보고를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대북 특사를 지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1998년 12월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1994년 북핵 위기 때 전쟁을 계획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사실은 주한 미국 대사관이 청와대로부터 얻은 대화록을 토대로 미국 국무부에 보고한 문건에 적시된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당시 "물론 한국과 미국의 전력을 합치면 우리가 의심할 여지 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명이 사상할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과수술식 정밀공격'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발전하면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군 5만2000명·한국군 49만명을 비롯해 궁극적으로 100만 명 이상 숨지고 미군 전쟁비용이 6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고 뉴스위크가 지난 2006년 보도한 바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1931~2015년)도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서 이 같은 국방부 추정치를 인용한 바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이 선제타격과 전쟁 불사, 주한미군 가족 철수 주장 등 호전적 발언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와 '핵 무력 완성' 선언에 대한 경고라는 점에서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군사행동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승자 없는 대재앙을 몰고 온다. 자극적이고 위험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북·미 간 대화채널이 사실상 끊겨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가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해 충돌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닷새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한 당국자들에게 '오판으로 인한 무력충돌을 막을 대화채널을 긴급하게 열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이 호응한 듯하다. 북한은 그의 방북을 긍정 평가하면서 "유엔과 각이한 급에서 내왕을 통한 의사소통을 정례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0일 "중국은 군사옵션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력시위와 대항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방안을 각국이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북·미 양국에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넘어선 행동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일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지속해야 하지만, 선제타격론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혔다"고 말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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