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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신속성 또한 핵심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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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신속성 또한 핵심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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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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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제출·신청된 2300여개의 방대한 서류증거를 수백개 덜어내 핵심 쟁점 위주로 신속히 심리하기로 했다. 헌재는 17일 오후 2시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기일을 열어 지난달 26일 검찰이 제출한 '최순실 게이트' 수사자료 등 2300여개 서류증거를 대상으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채택했지만,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최씨의 조서는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겨 진술한 임의성(任意性)을 인정할 수 없다고 최씨 측이 주장한 탓에 배제됐다. 검찰의 압박 수사에 따라 진술했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는 걸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통령 탄핵사유를 밝힐 핵심 물증으로 꼽혔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경우 본인이 검찰 조사나 헌재 증인신문 과정에서 직접 확인하고 인정한 부분에 한해 증거로 채택됐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검찰에서 작성된 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전문증거(傳聞證據·체험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간접증거) 배제 법칙에 따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며 "다만 진술 전 과정이 영상 녹화돼 있거나 변호인이 입회해 진행된 진술조서는 증거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진술자가 법정에서 한 진술만 증거로 채택한다'는 전문증거 배제원칙을 적용했지만, 적법한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로 쓴다는 설명이다. 양측은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을 마친 후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형사소송 원칙을 준용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무엇을 증거로 인정할 것인가는 재판의 속도를 결정짓는 관건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만약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소송원칙이 적용된다면, 검찰이 제출한 각종 진술조서와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그만큼 재판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전문(傳聞)증거 배제의 법칙'으로, 이 법칙을 탄핵심판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각종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탄핵심판처럼 복잡한 사건의 경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를지 알 수 없다. 앞서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 5일 2차 변론에서 '무죄추정 원칙'을 대전제로 하되 탄핵심판이 형사소송은 아니므로 "형사재판의 증거조사 방식과 증거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정리한 바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기 때문에 신속성 또한 핵심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모순된 요구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일이 재판부의 의무이다. 일단 재판부가 증거채택의 원칙을 보였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도 원칙에 맞게 재판을 이끌어 주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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