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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제로 향하는 계기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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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제로 향하는 계기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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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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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정부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가 받는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정부 업무보고의 핵심 주제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외교·안보와 남북관계 개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과제 이행방안 공유 및 실행력 제고, 국정 성과 가시화 등이다. 특히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면서, 국민이 정부 혁신노력을 실감하고 신뢰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형식과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보고는 오는 18일부터 30일까지 정부 서울청사와 세종청사에서 주제별로 8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한차례 보고는 3시간 이내로 하되 해당 부처는 10분 정도만 보고하고 나머지 시간엔 '부처 간 장벽을 깨는' 실무형 토론에 집중한다고 한다. 보고 기관은 모두 30개지만 토론에는 44개 중앙행정기관이 동참한다. 기획재정·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 3개 부처는 보고 또는 토론기관으로 8차례 보고에 모두 참석한다. 장·차관, 실·국장급 외에 과장급 이하도 사안에 따라 참석하고, 청와대·여당·연구기관·시민사회단체 등의 전문가도 다수 초청한다고 하니 모처럼 열린 분위기에서 열띤 토론이 전개될 것 같다.


사실 이 총리는 취임 초부터 과거 총리와 비교해 중량감이 달랐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지만 인수위조차 가동할 수 없을 만큼 출범 초기 현실은 엄중했다. 어느 때보다 총리의 책임도 무거웠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이 총리한테 힘을 실어 줬다. 매주 월요일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주례 회동을 하는 게 상징적이다. 형식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정책, 인사, 정치현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좋다. 정통 언론인 출신답게 사안의 핵심을 콕 집어내는 업무 지시와 조정 능력이 특히 인상적이다. 어떤 자리든 격의 없이 대화를 유도하고, 그 연배에는 드물게 SNS를 잘 활용하는 소통 능력도 긍정적이다. 취임 첫 달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개 시·도지사를 만나 식사를 같이할 정도로 스킨십도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고병원성 AI가 확진됐을 땐 스스로 '콘트롤타워'를 자임하면서 과감한 초동방역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현 권한 범위와 역할이 진정한 책임총리제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총리는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확신하는 인사가 있으면 직접 제청하고, 검증이 필요한 인사는 청와대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내각 제청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 하의 국무총리가 헌법에 있다고 해서 내각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렇다고 내각 인사에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 총리를 '책임총리'라고 하기도 군색하다. 결국, 대통령의 결단과 배려에 달린 문제다. 국민과 한 약속을 극히 중시하는 문 대통령인 만큼 적절한 수준으로 위임의 모양새를 갖춰 주는 게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책임총리제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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