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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혼선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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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혼선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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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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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개월간의 시범사업 기간 80여명의 임종기 환자와 8000여명의 일반인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합법적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12일까지 시범사업 참여 10개 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에서 임종과정에 접어들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80여명이다. 법적으로 연명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이들은 의사로부터 질병 상태와 치료 방법, 연명의료 시행·중단 방법, 연명의료계획서 변경·철회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계획서를 쓴 환자 절반 정도는 연명의료 유보·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은 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 또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미래에 질병으로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중단·유보 뜻을 미리 밝혀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19세 이상 성인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8523명이었다. 의향서 상담 및 작성, 등록 시범사업 기관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각당복지재단 등 5곳에 불과한데도 작성자가 이처럼 몰린 것은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증하는 결과라는 평가다. 건강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환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것은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와 가족에게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려고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효 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합법적 존엄사를 선택한 60여명 대다수는 의사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연명의료계획서 변경·철회 절차를 듣고 연명 의료 계획서를 작성했다. 계획서를 쓰지 못하고 임종기를 맞은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진술, 환자 가족 전원합의를 바탕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했다고 한다. 존엄사법의 본격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은 많다. 우선 이 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적용되지만 그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뇌 손상으로 의식이 없고 운동기능도 상실했으나 자가호흡이 가능한 환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볼 것인지, 혹은 말기 암 환자 중 어떤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임종과정에 해당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가 사전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 가족들이 상속 목적이나 치료비 부담 등의 이유로 존엄사를 악용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참여 의료기관이 10개에 그쳤던 시범사업 기간과는 달리 본격적인 법 시행에 들어가면 현장에서 여러 예기치 못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계획서 작성 간소화와 의료기관 대상 집중교육, 대국민 홍보를 통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2월에 법 개정에 나선다고 하니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등이 제기하는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길 바란다.


호스피스 시설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 호스피스 전문 의료기관은 전국 80여 에, 병상은 132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암 사망자(7만8000여명) 가운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한 비율이 17.5%에 그쳐 미국(52.0%), 영국(46.6%) 등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한다. 정부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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