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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앞에 누구도 예외가 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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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앞에 누구도 예외가 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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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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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거액의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19일 청구한 가운데 발부 권한을 가진 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혐의의 소명 정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우선 12개에 이르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얼마나 소명되는지가 관건이다. 혐의 소명(疏明)이란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범죄사실의 존재에 확신을 갖는 '증명'보다는 낮은 단계의 입증이다. 검찰이 산정한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은 110억원대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외에도 직권남용, 횡령·배임,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다수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했고, 다스 '비밀창고'에 보관된 서류 등 결정적 물증들을 확보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은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 의혹이 제기된 재산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본인에게 불리한 측근의 진술에 대해선 '처벌을 경감받기 위해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혐의가 소명될 경우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향후 재판에 대비해 사건 관련자를 회유하거나 말을 맞추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해 왔다고 한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연달아 구속될 수 있고, 수사가 상당히 이뤄진 만큼 불구속 수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우선 뇌물수수액이 110억 원대에 달할 정도로 혐의가 중한 데다 혐의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여기에다 이미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른 공범이나 다른 형사사건과의 형평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며 "이 전 대통령의 혐의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적용한 혐의와 비교해 양과 질에서 가볍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문 총장이 최근 주재한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에 반대한 간부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검찰 내에선 대체로 의견일치가 이뤄진 것 같다. 그동안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의 자백이나 진술 그리고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은 대부분 실체를 드러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 검찰의 영장 청구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입장 자료를 통해 "구속 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만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 같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판단부터 재직 당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17억 원과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 60억 원 등 110억 원대의 뇌물수수, 다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등 주요 혐의들을 놓고 사실관계와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되는지,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는지 등을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엄정히 살펴봐야 한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 해서 법 앞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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