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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시발점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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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시발점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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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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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업계 2위 업체 bhc 소속 점주들이 본사에 납품 원가 공개와 갑질 중단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bhc 점주들로 이뤄진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는 23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설립 총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운영하는 bhc 본사는 최근 몇 년간 전례가 없는 업계 최고의 성장을 달성했다"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점은 이것이 '그들만의 잔치'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점주들은 "업계 상위 3개사 중 bhc의 영업이익률은 나머지 2개사보다 3배 이상 높지만, 가맹점은 극심한 수익성 악화로 소비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가가 경쟁사보다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본사에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의 공급원가 인하 ▲주요 공급품 원가 내역과 품목별 마진율 공개 ▲가맹점에서 걷은 광고비·가공비 등 부당이익 내역 공개와 반환 ▲ 부당 갑질 중단 ▲외국계 사모펀드가 회수한 자금 내역 공개 ▲주요 임직원에 대한 주식공여와 배당 내역 공개 ▲가맹점 협의회 공식 인정 등을 요구했다. 점주들은 "우리는 판매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대행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본사에 요구한 것은 공급 가격 인하와 판매 촉진 명목의 비용을 줄여달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bhc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점포환경개선 비용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갑질'을 했다"며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한 것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요구했다. 가맹점 협의회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bhc 점주들이 처음으로 단체를 꾸려 본사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bhc 전국 점주 14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현장조사에 나섰던 곳이 대표적 프랜차이즈 업종인 치킨 업계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만연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거래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창업주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문화는 사회적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70) 전 MP그룹 회장은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동생이 운영하는 치즈 업체를 끼워 넣은 뒤 '통행세'를 받는 등의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윤홍근 회장은 가맹점 현장을 찾았다가 점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일회용 숟가락까지 가맹점주에게 강매하는 등 갑질을 하다가 공정위에 적발돼 6억4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강매,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 전가 등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표적 갑질이다. 본사가 필수품목을 공급하는 것은 제품의 동일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동일성 유지와 관계없는 품목을 시장 조달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강매이자 갑질이다. 가맹점들은 본사가 요구한 품목을 구매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위협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했다. 본사가 부담하거나 계약에 따라 본사와 가맹점이 분담해야 하는 광고비를 가맹점에 떠넘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본사의 이런 갑질에도 생계가 걸려있는 가맹점주들은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치킨점이나 피자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직장에서 밀려나 창업에 나선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본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요구를 해와도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가칭 'bhc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런 갑을 구도를 깨고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조직된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을(乙)의 조직' 선두주자로서 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과 갑질 문화를 개선하는, 공정경제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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