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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소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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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소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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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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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이목을 끈 태국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 구조 현장에서 이틀간 8명의 생존자가 기적과도 같은 생환 드라마를 연출했다. 태국 유소년 축구 클럽에 소속된 이들은 지난달 23일 오후 동굴에 들어갔다가 고립됐다.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구조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타게 수색했지만 그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가슴을 짓누르던 시점에 긴급 보도가 전 세계로 날아들었다. 13명 전원이 살아 있었다. 동굴 입구에서 5∼6㎞나 떨어진 곳이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적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의 첫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다. 구조대원 2명이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소년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11∼16세의 소년들이 패닉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은 구조대원이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합장한 채 감사인사를 전하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 믿고, 의지하고, 격려하는 관계를 유지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동굴 밖으로 보낸 편지에서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조만간 돌아가서 일을 도울게요"라면서 부모를 안심시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25세의 젊은 코치도 감동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아이들이 명상을 통해 공포를 극복하고 희망을 유지하도록 하고, 얼마 안되는 음식을 소년들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하거나 복통을 막기 위해 흙탕물 대신에 종유석 물을 마시도록 했다. 일부 태국 언론은 이 젊은 코치가 처음 구조된 4명 중 1명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굴 안에 남아 있는 소년들이 구조대원과 함께 있으므로 몸 상태가 안 좋은 코치가 먼저 나왔다고 해서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구조대원들도 감동 그 자체다. 워낙 위험한 일이어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주저 없이 국경을 넘어 먼 길을 달려왔다. 실종소년들을 처음 찾아낸 사람도 2명의 영국 잠수사다. 이들은 이틀 동안 5㎞에 달하는 동굴 속 바닥을 기고, 급류 속을 헤엄쳐 아이들에 닿았다. 이들 외에도 소년들을 살리고자 미국, 호주, 중국,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 등 세계 곳곳에서 서둘러 왔다. 자기 희생정신이 없다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결단과 행동이다. 테러, 난민, 무역전쟁 등을 둘러싸고 반목과 분노, 공격과 보복이 어지럽게 오가는 이 지구에 희망과 사랑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 한국인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고통과 좌절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속에 담고 있다. 그래서 태국 소년들의 부모가 얼마나 피 말리는 정신적 고통 속에 있는지, 태국 국민이 얼마나 애타게 소년들의 귀환을 소원하는지 잘 안다. 태국 소년과 코치, 구조대원들의 용기와 끈기, 희생정신 그리고 전 세계의 기도가 합해져 이번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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