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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유와 협박에 의한 탈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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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유와 협박에 의한 탈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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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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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4월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으로 탈북한 종업원들의 한국행에 국가정보원이 회유와 협박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 당시 이들을 이끌고 탈북한 식당 지배인의 입을 통해 나왔다. 당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는 국정원이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며 종업원들과 함께 탈북하라고 회유했으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그간 국정원에 협력한 사실을 북한에 폭로하겠다'며 '탈북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2명의 종업원 대다수가 동남아 식당에서 일하는 줄 알고 자신을 따라왔다는 게 허씨의 주장이다. 허씨는 그간 종업원들의 탈북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처럼 국정원의 '기획 탈북' 수법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밝힌 것은 처음이다. 허씨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탈북 당시의 상황이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종업원들의 '기획 탈북' 의혹은 점점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북한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에 이어 유엔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은 확산하는 추세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일 종업원 일부를 면담한 뒤 회견을 열고 "(종업원)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덮고 가기엔 점차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탈북종업원 일부가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정부가 이들을 북으로 송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국가권력이 이들을 납치했음을 사실상 시인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만 돌아간다면 남측에 남는 종업원들의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러 증언과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 종업원들의 한국행은 국정원이 2016년 4·13 총선을 코앞에 두고 벌인 '기획 탈북'이란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시 정권과 정보기관이 정치적 목적으로 '북풍 공작'을 자행한 것이 사실로 판명되면 파문이 클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북풍 몰이'를 21세기 민주정부에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 정치공작이다. 현 정부가 사건의 진상을 신속·정확하게 규명할 필요성이 커졌다. 자칫 방치하다가는 남북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유엔 차원의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국정원 관계자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사건을 맡아 초기 수사를 진행 중이다. 통일부는 이런데도 "탈북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과 남북관계로 볼 때 정부의 난처한 입장은 이해할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의혹을 마냥 덮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이유다. 수사에서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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