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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동행'에 그치더라도 세심한 노력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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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동행'에 그치더라도 세심한 노력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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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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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11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을 예방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동행해달라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 초청에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날 경북 구미에 내려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일정이 맞지 않아 한 수석은 예방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한 수석은 앞서 오전에는 손 대표를 찾았다. 손 대표는 한 수석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체통을 생각할 때 국회의장과 당 대표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전달했음을 밝혔다. 손 대표는 특히 전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초청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받고 안가겠다고 해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임종석 실장이 나와서 발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야당에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거부했다는 말만 나는 효과를 바란 것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수석은 이주영(한국당)·주승용(바른미래당) 국회부의장도 각각 만나 정상회담 동행을 요청했으나 두 부의장은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길에 여야 대표들을 동반하고자 하는 취지는 공감이 간다. 여야가 남북정상회담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향후 안정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탄력을 줄 수 있다. 북한은 남북 간에 합의가 있더라도 남측의 정권교체로 합의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것을 항상 우려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합의된 6·15, 10·4 선언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폐기된 사례는 대표적이다. 북측의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남측의 협상력까지 높일 방안이 야당까지 포함한 국회 대표단의 동반 방북일 수 있다.


그러나 취지가 소망스럽다고 하더라도, 일이 성사되도록 하는 세심한 정치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미 "당 대표가 갈 이유는 없다", "들러리밖에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쑥 기자회견 형식으로 동행 요청을 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야당으로서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목표나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 문제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다른 것은 견해가 옳고 그름을 떠나 엄연한 정치적 현실인 만큼, 야당 대표의 방북 동행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합당한 사전 설명과 동의 절차가 선행되는 게 마땅했다. 섬세한 사전조율의 부재가 오히려 초당적 대응이라는 취지를 갉아먹은 형국이다.


남북문제는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되고 과욕도 금물이다. 비핵화를 이뤄내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민족적 대의 앞에서 정치적 사사로움이 끼어들어서도 안 된다. 여야가 이견이 있는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 문제도 불필요한 정쟁화를 피하려고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루기로 합의한 터에 여야 대표의 방북 동행 여부가 정상회담 목전의 정쟁 거리로 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청와대는 특사단 방북 결과는 물론이고 이번 회담 목표를 야당 대표들에 설명해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상회담 사후에도 마찬가지다. 설사 이번 방북길이 여야 대표들의 '반쪽 동행'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별도의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해 문희상 의장이 인솔하는 별도의 국회 방북단이 구성되도록 초당적 대응기반을 넓혀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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